단상/낙서

낙서 26 : 안느

Chris Jeon 2022. 11. 27. 10:15

 

 

앞에 있는 글자는 성(family name)이고 뒤쪽 ‘느’는 ‘하느님’ 의미로, 누군가가 한 분야에서 달인, 존경받는 유명인일 경우 붙여주는 일종의 은어라고 한다. 미남이고 유명한 축구 선수였던 안정환 선수를 칭하는 것임을 최근에 블친을 통해서 알았다.

 

 

하느님을 믿는 입장에서는 당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톡톡 튀는 개성 있는 표현이라는 느낌이 든다. 누가 뭐라든, 어떤 일을 하든, 발군의 실력과 매력을 가진 인물을 아낌없이 좋아하고 따르는 자유분방함.

 

 

그 옛날,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니 ‘입신양명(立身揚名)’ 이니 해서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과거 봐서 관직으로 나가는 것을 효의 기본으로 알았던 시대와 비교해 보면 사람의 사고가 참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공을 잘 차도, 노래를 잘 불러도, 술을 기가 막히게 잘 빚어도 하늘과 같이 존경 받고 대우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그럼 나는 무얼 했나? 누가 나를 ‘전느’라고 불러주고 있나? 아닌 것 같다. 이것저것 집적거려 보았다지만 Generalist라고 부르기에는 경험의 폭이 좁고 그렇다고 Specialist가 되기에는 깊이가 얕다. 이도저도 아닌 ‘전얼’? 전+얼치기.

 

 

아니지. 내가 세상에 필요 없는 인물은 분명 아닐 것 같다. 저 높은 곳에 사시는 그분은 헛수고 안 하실 분 같거든. 툭 까놓고 말해서 하느님만 계시면 이 세상이 무슨 의미 있을까? 좋은 놈, 나쁜 놈, 뛰어난 자, 우직한 자 섞여 있으니 세상 되는 것 아닌감.

 

 

똑똑한 사람만 골라 10명 그룹 만들면 그 그룹이 다시 똑똑한 사람 2명(20%)과 나머지 평범한 사람 8명(80%)으로 재구성된다고 한다. 80:20의 법칙이다.

 

 

이 세상이 20%에 의해서 굴러가는지 나머지 다수 80%에 의해서 굴러가는지는 개인의 생각에 달렸고, 어쨌든 나는 이 세상 100% 인간 중에는 끼는 존재니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겠다.

 

 

‘전느’가 되든 ‘전얼’이 되든 지구 어느 한 곳을 차지하고 세상 굴러가는데 한 힘 보태다 떠날 때는 모두 비슷해져서 가니 너무 신경 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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