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91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2

바다가 아니고 호수다. 그러니 민물이다. 발 담그기가 미안하다. 왕복 8시간 달리는 단풍관광 열차. 최신식이 아니어서 더 정겹다. 300 계단을 올라서 본 전망대 경치. 어느 한국 노인분이 계단 오르다 쓰러지셨는데 괜찮으신지 걱정된다. 그림 속에 구슬을 박아 놓은 것 같다. 아침 안개 속. 잘 안보이니 더 보고 싶어진다. 정원 연못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자리 깔고 누워 하늘을 봐야겠다. 청자빛이라고 해야하나? 더 나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유구한 세월이 깍아 만든 모습. 그 언제 누군가가 이곳에 서 있었겠지... 참 이쁜 호수. 바닥이 단지형이라 깊이에 따라 수온이 달라져서 물빛이 다양한 호수. 생태계 보존을 위해 낚시, 수영, 뱃놀이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단상/자연 2021.10.11

캐나다 숲, 물 그리고 단풍 1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길 드라이빙 재미가 쏠쏠하다. 숲, 물 많은 나라가 부럽다. 미래에는 물 전쟁 걱정한다던데... 한국 다도해 풍경 같지만 호수다. 그러고 보니 나무도 소나무 같다. 나만의 해변을 갖는 꿈. 그런 욕심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도시와 가깝지만 사람의 발길이 자주 닿지않아 조금 으스스한... 곰도 나올 것 같다. 도대체 몇년을 갈고 닦여야 이렇게 될까? 저 수평선이 어느 호수의 한자락이라니... 땅이 넓고 깊으니 물도 힘세다. 이런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서 알을 낳고 기꺼이 죽는 연어들. 어미는 새끼를 보지 못하고 새끼도 어미를 결코 못보는 숙명을 지닌 고기. 숙연해 진다. 관광철인데도 사람의 자취가 없는 자연. 그래서 자연이 숨쉬나 보다. 그들을 딛고 서 있는 내가 조금 미안하다. 땅..

단상/자연 2021.10.11

옷이 날개 2

‘부모님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만드시고’ 서울 어느 성형외과 건물벽에 붙어있던 광고라고 한다. 지금 봐도 잘 만든 걸작 광고 문구다. 외모를 잘 꾸미는 것. 좋다. 아름다운 것 싫어하는 사람. 없다. 마음이 중요하다. 역시 맞는 말이다. 어느 뇌 과학자가 말하길, 자신은 생각에 따라 얼굴 모양이 바뀌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수배자 전단 사진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음산해 보인다. 선입견인가? 짝짝이 눈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홀로 지내던 우울한 모습의 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마지막 방법으로 얼굴을 예쁘게 성형했다고 가정해 보자. 소녀의 예쁜 얼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접근한다. 소녀는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 중 괜찮은 심성을 가진 청년을 발견한다. 둘..

단상/일상 2021.10.11

옷이 날개 1

사자성어를 보면 그것을 만든 이가 무엇을 더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이 악보다 먼저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일체를 강조하지만 임금님이 제일 앞이다. 그렇다면 의식주(衣食住)와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왜 의(衣)와 신(身)을 제일 앞쪽에 두었을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衣) 보다 먹는 것 식(食)이 더 중요할 것 같고,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외모인 신(身) 보다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判)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식주와 신언서판의 어순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이 중요하고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풍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즉 인간이 살아가면서 외형이 미치는 영향이 내부의 모습에 우..

단상/일상 2021.10.11

주머니 속 송곳

어려워 보이는 사자성어 한번 써보자.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 송곳. 즉,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한창 때 누군가가 나를 보고 “날이 시퍼렇다” 라고 말한 것이 기억된다. 샤프(Sharp)란 단어의 뜻에는 차갑고 날카롭다는 것 외에도 예리한 판단력을 가졌다는 의미가 있는 줄 알 았으니 아전인수격 해석이지만, 그 당시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았다. 나 보고 송곳보다 날카로운 칼로 비유하니 더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낭중지검(囊中之劍), 주머니속 검이다. 날이 무딘 칼은 무난하게 사용된다. 다루는 솜씨가 별로인 사람도 크게 부담감 없이 사용한다. 아예 날이 없 이 모양만 갖춘 장난감 칼은 아이들도 갖고 논다. 날이 시퍼런 횟집 칼은 보기에도 무섭다...

단상/반성 2021.10.02

튀는 사람들

1980년대 대구 중심가 목욕탕, 그 당시 용어로 사우나가 있었다. 어느 날 그곳에서 한무리의 매우 눈에 띄는 그룹을 만났다. 당시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모 야구단 소속 선수들이 시합을 마치고 온 것이다. 뿌연 김 속에 가려 있어도 그들의 우람하고 남자가 보아도 멋있는 몸매는 단연 돋보였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물론 나는 닭이었다. 아름다운 단풍 계절이 거의 코 앞에 다가왔다. 단풍 절경은 멀리서 봐야 제격이다. 홀로 서 있어도 아름다운 단풍나무지만, 수많은 단풍 나무가 산과 계곡 그리고 사이사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설악산의 단풍 절경은 모든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어우러짐의 미학이다. ‘튄다’라는 뜻은 ‘돋보인다’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튀는 것은 주위와 조화롭지 못하..

단상/예절 2021.09.29

잘 안되는 골프 그래도 쳐야 하나?

나는 프로 골퍼가 아니고 심리학을 전공한 자도 아니다. 자주 골프 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공이 생각대로 맞지 않을까? 그래도 해야할 가치가 있을까? 1. 왕년에는 내가… 100번 친 것 중 가장 잘 맞은 공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매번 그렇게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99번 실망하고 좌절한다. 2. 염불 보다는 잿밥에 과정을 거쳐 결과가 나온다. 좋은 스윙이 이루어져야 공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스윙에 집중하지 않고 공이 핀에 붙는 장관을 연상하며 고개를 먼저 들고 본다. 3. 농부의 수고를 모르고 최경주 선수의 굳은살 투성이 손을 보자. 많아야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준비운동 생략하고 허겁지겁 티 박스에 올라서서 그림 같은 드라이버 샷을 기대한다. 좋은 점수를 ..

단상/재미 2021.09.24

달라서 좋고

계절이 여름 끝자락이라 도처에 싱그러움이 더해간다. 구부러진 숲길 양옆에 나무와 플, 꽃이 무성하다. 그 사이로 다람쥐가 들락날락하며 부산을 떤다. 하늘에는 구름이 적당히 여백을 메우고 있다. 그들 가운데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교만한 내가 서있다. 내가 보기에 참 좋은 구도다. 잘 알고 지내던 직장 선배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너와 똑 같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끔찍하겠느냐? 그분이 평소 나의 장점을 자주 칭찬해 주고 또 후배인 내가 본인의 일을 많이 도와주는 것을 고마워하고 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다른 사람에게는 조금 까칠한 후배에게 사회에서 어울려 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싶었던 의도로 이해된다. 이전 미국 어느 대통령이 한사코 막아냈던 히스패닉계를 미국에서 다 몰아..

단상/일상 2021.09.24

세월이 빨라서 행복하다

뜰에 있는 목련 꽃망울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일 높은 가지 잎사귀는 노란 빛을 띈다. 누군가 흐르는 세월의 속도를 화장실에 걸어 둔 두루마리 휴지에 비유한 것이 생각난다. 처음 휴지 뭉치를 걸어 놓고 사용할 때는 줄어드는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두루마리에 휴지가 얼마 남아 있지 않으면 확확 주는 것이 느껴 진다고 했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질 때 ‘나는 참 편하게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신임 소위 시절 한여름 땡볕 아래 황톳길을 터벅터벅 걸어 행군하면서 점심 먹을 때가 됐나 하고 시계를 보면 오전 9시쯤 됐던 것 같다. 우리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괴롭거나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산다는 방증이 아닐까? 세상이 뒤숭숭하고 모두 집에 갇혀 있는 ..

단상/행복 2021.09.24

행복했던 순간 4

18년 동안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던 녀석이 있었다. 세상에 나온지 4주만에 엄마 젖도 제대로 못 먹고 가게로 팔려와서 옆구리에 피부병 걸린 채 새 주인 기다리던 녀석.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아 덥석 안고 집에 와서야 녀석이 시츄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 밥그릇 속에 네발 딛고 서 있을 만큼 작았던 녀석. 건강해지라고 ‘바우’라 이름 지어 줬다. 한 6개월 정성 들여 키웠더니 우리집 보스가 되었다. 서열 1위 바우, 2위 엄마, 3위 형아, 4위 누나 내가 마지막이다. 내가 왜 서열 꼴찌가 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저 ‘이쁘다’ ‘이쁘다’ 해준 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서열이 낮다 보니 보스 눈치 살피고 심기 관리 잘해야 한다. 뒤가 마려운 것 같으면 문을 열어드려야 하고 하루에 몇 번이 됐건 콧구멍이 간지..

단상/행복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