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행복

세월이 빨라서 행복하다

Chris Jeon 2021. 9. 24. 02:21

 

뜰에 있는 목련 꽃망울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일 높은 가지 잎사귀는 노란 빛을 띈다.

 

누군가 흐르는 세월의 속도를 화장실에 걸어 둔 두루마리 휴지에 비유한 것이 생각난다.

처음 휴지 뭉치를 걸어 놓고 사용할 때는 줄어드는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두루마리에 휴지가 얼마 남아 있지 않으면 확확 주는 것이 느껴 진다고 했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질 때 나는 참 편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신임 소위 시절 한여름 땡볕 아래 황톳길을 터벅터벅 걸어 행군하면서

점심 먹을 때가 됐나 하고 시계를 보면 오전 9시쯤 됐던 것 같다.

 

우리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괴롭거나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산다는 방증이 아닐까?

 

세상이 뒤숭숭하고 모두 집에 갇혀 있는 것이 답답하다고 난리인데

세월의 빠름을 아쉬워할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20209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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