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나의 날 1

Chris Jeon 2025. 4. 24. 11:43

 

 

어머니날, 한글날, 장애인의 날, 성탄일

무엇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 많다.

그런데 왜 나의 날은 없나?

어리석은 질문이다.

한국 국민이면 대부분 존경하는 세종대왕님의 날도 작년까지만해도 없었다.

할 수 없지.

원하면 내가 만들면 된다.

이해인 수녀님 글에서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내 남은 삶의 첫날.’

매일 매일을 내 날로 만들자.

오늘 하루를 되짚어 본다.

하루 2/3를 어르신을 위한 식사 봉사.

어제 준비에 이어서 오늘까지 신경 썼더니 피곤하다.

잠시 졸고 나서 근처 공원을 딸이 사준 wireless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뽕짝, 팝송 들으며 혼자 걷는다.

좋다.

식성 까다롭지 않은 것처럼 아무 노래나 좋다.

음감각이 떨어진다고 봐야겠지만 일단 가수는 모두 나보다 잘 부르니 좋다.

흐르는 개울을 보니 어제 까지만 해도 꽤 급하게 흘렀는데 오늘은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고요하다.

물도 내 맘처럼 격해졌다 평온해졌다 하는 모양이다.

위안을 얻는다.

집에 와서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치듯 좋아하는 칵테일 한잔 만들어서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꽤 괜찮은 하루였던 것 같다.

일단 안 죽었고 나름 착한 일 했고 칭찬도 받았다.

보통 때처럼 속으로 미워했고 욕도 했고 불평도 했지만 물도 나처럼 흐르는 것을 보고 위안을 받았다.

이제 음악 들으며 내 좋아하는 잡문을 쓰다 보면 잠이 사르르 올 것이고 자고나서 내일 눈 뜨면 역시내 남은 삶의 첫날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만약 내일 못 일어난다면?

오늘이 나의 남은 삶의 마지막이 된 것이지.

~ 고통 없이 가는 것이니 나쁠 것 없고

감가상각 거의 끝난 나이니 별로 아쉬울 것도 없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날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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