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7

무제

‘아는 것이 병이다.’ ‘불을 끄면 더 멀리 본다.’ 통하는 말인 것 같다. 고민고민 한다고 꼭 신통방통한 답이 나온다는 법이 없다. ‘장고 끝에 악수’ 라는 바둑에서 통하는 격언도 있고. 결국 내가 구축한 ‘신념의 체계’ 내에서 사고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창문 같은 것. 창을 통해 밖을 볼 수 있게 되지만, 나는 창이 보여주는 하늘만 본다. “절대적인 가르침이라 믿습니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다.’ 언제 한번 그것이 왜 절대적이냐고 물으면 안될까? 그러면 불경스러운 것인가? 성탄절 모래밭에서 싸우는 두 무리. 폭탄 떨구고 총 쏴서 숨어 떨던 민간인까지 싸잡아서 백여명 죽이는 전과 올렸다고 한다. 그들이 믿는 가르침이 잘못된 것인지, 그들이 참된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것인지?..

요설 2023.12.26

2023.12.20 아침 단상

이른 아침 한국 신문을 읽다가 ‘아름다운 복수’라는 글의 제목이 눈에 띈다. 사설 제목 치고는 감성적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고, ‘아름다움’과 ‘복수’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대비가 조금 자극적이다. 좋은 단상의 씨앗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그 글의 세세한 내용은 다음에 읽기로 한다. 너와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입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복수가 있을까? 꽃으로 미운 상대를 때리는 방법? 결국 나의 희생이 필요하겠다. 최소한,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이를 참고 더 멀리, 더 크게 봐야 하니 내 욕심을 먼저 버리는 수양이 필요하다. 끝이 안보이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름다운 복수’가 과연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는 행운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단상/일상 2023.12.20

구식 재봉틀이 가져온 단상

#1 집에 오래된 재봉틀이 있다. 아내의 사랑하는 골동품이자 생활 도구다. 어느 날 작동이 멈췄다. 더 이상 재봉질이 안된다. 수명을 다한 것인가? “그래 할 만큼 했어.” “이젠 버려도 아깝지 않아.” 아내가 같은 말을 내 앞을 왔다갔다하며 계속 반복한다. 당신이 좀 고쳐보라는 압력으로 느껴진다. 불 켜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실이 박히지 않으니 분명 북실 문제인 것 같다. 북실이 들어 있는 부분의 커버를 떼어내고 들여다보니 부속품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붙잡아 두는 arm이 두개 보인다. 별 생각없이 그 팔 2개를 열어 젖히니, 아뿔싸, 생선 배가르면 내장 튀어 나오듯 각가지 부속품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조립 순서 기억할 새가 없이 벌어진 일이다. 난감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또 염장 지른다. ..

단상/일상 2023.12.16

약속, 취미, 책임감

# 좀 헷갈려서 정리해 본다. 먼저 약속이란 것. 누군가가 무언가를 할 것인지, 아니면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미리 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두 명 이상이 같이 사는 곳에서는 약속이란 것이 필요하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무너진다. 우리가 왜 돈에 목매나? 종이장 돈에 적혀 있는 금액만큼의 가치를 보장해 준다는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그 약속이 안 지켜지는 순간 사회는 무너진다. 취미라는 것.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남이 자기와 같이 안 한다고 탓할 것 없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남이 왜 그 짓 하느냐고 물을 것도 없다. 책임감 때문에 하는 일. 약속이란 것과 연관 된다. 내가 하기로 약속한 것이니 좋고 싫음에 관계없이 해야 한다. 내가 이 창고를 정해진 시..

단상 2023.12.11

낙서 39: 풍년 속 기근

아무리 좋은 곡물이라도 풍년이 계속되면 밭에서 썩어가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농부들은 눈물 흘리고 지구촌 어디에서는 여전히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와 대량 생산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다. 한국에 하나님(하느님)이 20여 명, 재림 예수가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로마시대 사는 사람들조차 보기 힘들어 했던 십자가 불빛이 휘황하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어디서나 들린다. 본인의 수상한 행적을 예수님의 고난으로 포장하는 자칭 사회 리더들이 많이 보인다. 3D 복사기로 원하는 것 뚝딱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돼서 그런지 성자, 성인들이 넘쳐난다. 너도 나도 거룩해지니 거룩함의 가치가 떨어진다. 무엇이 진정 거룩함인지 모르겠다. 사방 지천에 성자/성인들이 왔다갔다하니 나도 좀 그런 것 같다는 환상도 든다. 하나..

단상/낙서 2023.12.06

부질없다

성당에서 가장 바쁜 조직이 연령회다. 신자들의 단체로서 주로 선종하신 분들의 장례,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단체. 어느 가정이나 가족 중 누가 돌아가시면 당황하고 경황이 없다. 그런데 누가 알아서 척척 진행해 주니 고맙다. 비 신자였지만 본인 가족 장례식 때 연령회의 봉사 활동을 보고 세례 받기로 결심하신 분들도 많다. 나도 연령회 회원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ACTIVE MEMBER는 아니고 주로 운구 할 사람이 없을 때 아주 가끔씩 운구 봉사한다. 사실 장례 치러줄 가족이 없는 가정이거나, 운구 할 사람 고용할 돈이 없는 가정 등 사정이 어려운 가족들의 장례 준비를 보면 딱해서 내 주특기 좀 살린 것이다. 잘 걷고 팔 힘도 같은 나이 또래 비해서 약간 세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단상 2023.12.04

한 수 배우는 것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우리 삶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 거지는 공자와 같이 길을 걸어가도 배움이 없고 공자는 거지와 같이 걸어가면서도 배운다. 블로그 활동이 좀 가볍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이 세상 꼭 무거운 것으로부터 발전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그저 즐기는 분들의 자연스런 모습. 전문가다운 솜씨를 보여주시는 분. 매끌매끌 하지는 않더라도 진정이 보이는 글들. 순박하게 웃고 좋아하는 모습. 나랑 비슷한 생각 들, 내가 화내는 일에 같이 화내고, 같이 좋아하고, 나랑 비슷하게 아파하고. 나랑 생각이 다른 분들, 아하~ 이런 생각도 있구나. ... 오늘 답글에서 마음에 쏙 드는 사자성어를 배웠다. 무괴아심(無愧我心).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단상 202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