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반성 16

주머니 속 송곳

어려워 보이는 사자성어 한번 써보자.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 송곳. 즉,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한창 때 누군가가 나를 보고 “날이 시퍼렇다” 라고 말한 것이 기억된다. 샤프(Sharp)란 단어의 뜻에는 차갑고 날카롭다는 것 외에도 예리한 판단력을 가졌다는 의미가 있는 줄 알 았으니 아전인수격 해석이지만, 그 당시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았다. 나 보고 송곳보다 날카로운 칼로 비유하니 더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낭중지검(囊中之劍), 주머니속 검이다. 날이 무딘 칼은 무난하게 사용된다. 다루는 솜씨가 별로인 사람도 크게 부담감 없이 사용한다. 아예 날이 없 이 모양만 갖춘 장난감 칼은 아이들도 갖고 논다. 날이 시퍼런 횟집 칼은 보기에도 무섭다...

단상/반성 2021.10.02

오랜만의 라운딩

골프는 참 좋은 운동이다. 돈과 시간이 좀 많이 든다 싶어 그렇지 70이 넘어도 age shooter를 노려볼 수 있는 운동이라서 더 매력이 있다. 아주 오랜만에 필드에 나갔다. 후배분들이 고맙게도 초청해준 덕이다. 약속일 전 평생 잔소리꾼인 아내가 조언을 준다. 옛날 생각 잊어버리시고 마음 편히 즐기다 오세요. 맞은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지. 티 박스에 서니 약간 현기증이 난다.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나무와 풀들도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 순간 몸이 뻣뻣해지고 드라이버의 바람 가르는 소리에 비해서 공은 초라하게 러프로 힘없이 휘어져간다. 세컨드 샷 거리가 많이 남았다. 조금이라도 더 가야지 하는 마음에 평소 잘 안 썼던 3번 우드를 잡는다. 공이 놓인 곳이 풀이 긴 러프임을 깨닫지 못한다..

단상/반성 2021.09.11

내 안의 보물

“네 발 밑의 다이아몬드 밭.” 바깥에서 더 나은 것을 찾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경구다. 행복을 찾아 무지개를 쫓는 자에 대한 교훈. 스승을 찾아 10년을 헤매다 돌아온 아들을 반겨 맨 발로 뛰쳐나오는 어머니. 근자에 많이 회자되는 신조어 ‘소확행’. 이 모든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존재한다는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 안에 있는 나의 보물을 먼저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콕 생활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가니 슬슬 답답해지고 그간 적조 했던 친구들의 연락처를 뒤져보면서 스스럼없이 연락할 수 있는 친구의 수가 몇 안됨을 보고 약간은 서글퍼 진다. 아직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을 찾는 것 보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

단상/반성 2021.09.04

Do something과 똑멍부게

영어가 약간 어눌했던 폴란드에서 온 신부님이 늘 하셨던 “Do something.”이라는 말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 움직이지 않으면 녹슨다. 게으름은 죄의 근원이다. 문제를 앞에 두고 좌절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뭔가를 시작하라. 참 좋은 말씀으로 간직하고 싶다. 조직이론에서 나오는 인간의 유형 중 한가지다. 일명 똑멍부게론이다. 똑똑하다, 멍청하다, 부지런하다, 게으르다. 이러한 특성을 조합하면 4가지 인간의 유형이 나온다. 과연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할까? 1. 똑부: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 성과가 가장 높은 유형이다. 조직에서 누구나 이러한 유형의 사람을 원한다. 반면에 이러한 상사를 모시고 있는 부하는 피곤해지기 쉽다. 뭐라고 대들 수는 없는데 왠지 정이 안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이 인..

단상/반성 2021.09.03

240년

7,500,000,000÷(1×60×60×24×365)=238 오랜만에 수학지식을 활용해서 계산해본 것이다. 세계 인구를 1초에 한 명씩 만나 인사한다면 몇 년이나 걸릴까? 얼추 240년 걸린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240년을 살수도 없고, 밥 안 먹고 잠안자고 1초에 1명씩 만날 수도 없으니 말이다. Post Canada에서 무료 우편 엽서를 보내왔다. 펜데믹 상황에서 고립된 사람들끼리 안부라도 물으며 위안을 주고받으라는 취지로 나온 아이디어로 짐작된다. 좋은 뜻이 고마워서 막상 엽서를 쓸려고 하니 보낼 곳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나는 사람도 별로 없고 뜬금없이 엽서를 보내기도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생각 않고 편히 인사할 수 있는 지인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6..

단상/반성 2021.09.02

지혜로운 눈

이어령 선생님이 최근 쓴 글을 읽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다.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니 만큼 본인이 쓴 문장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겠으나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를 찾아오는 친구들이 코로나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만 보이는데, 눈이 그렇게 이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도 모두 지긋한 연령대인데 이전에는 얼굴에 주름밖에 안보였으나 주름이 마스크로 가려지니 눈만 보이고 그 눈의 아름다움을 마스크덕으로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느 뇌 과학자가 말하길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먼저 반응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위험에 먼저 반응하기 위한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로 설명된다. 하지만 세상만사 완벽한..

단상/반성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