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글쓰기

약속글 2: 익명

Chris Jeon 2022. 12. 29. 13:24

 

 

마스크 쓰니 좋은 점도 많더라. 그 중 하나는 난 남의 얼굴 볼 수 있는데 상대는 내 얼굴 못 본다. 은근히 내 패는 감추고 남의 패를 읽는 듯한 느낌이 온다.

 

조금 기부하고 오래 서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지만, 억대 기부하고 말 없이 사라지시는 분들도 계신다.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하는 무책임한 언동은 막아야 한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나의 경우, 블로그에서 이름은 영어 본명을 사용하지만 얼굴은 안 내민다.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내 글의 내용과 내 마음, 내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니 잦다. 그러니 내 얼굴 내보이기 민망하다. 나를 잘 아시는 분들이 웃을 것 같다.

 

☞글의 수준이 자신 없다. 말로는 일기라고 해 놓고 속으로는 그래도 꽤 높은 수준의 글을 기대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니 숨어서 하고 싶다.

 

☞늙어가는 모습 보이기 싫다. 일종의 교만? 젊었을 때는 나도 예뻤지. 하지만 지금은 잘 봐줘서 낙엽이다. 나이 듦이 솔직히 싫은 모양이다.

 

☞그냥 나서지 않고 싶은 마음. 내 얼굴 보인다고 누가 달려올 것은 아니겠지만, 가상의 공간이라도 내가 남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 싫다.

 

☞내 신분이 밝혀지면 곤란한 경우. 이건 아닌 것 같고…

 

☞문구멍으로 남을 엿보고 싶은 심리. 누구나 마음 속에 다소간 갖고 있다고 한다. 글쎄…

 

☞TV로 보는 것 보다 라디오로 들으면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심리를 노린다? 내가 뭐 연예인도 아닌데.

 

☞내 생활과 블로그 활동은 별개 영역이다. 그래서 또 다른 ID가 필요하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이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능한 이유들이다. 더 오래 생각하면 더 나올 수도 있겠지. 대부분 뭐 그렇고 그런 이유다. 별로 심각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그럼 마음 바꿔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나서볼까?

 

독자분들의 짐작되는 반응,

“그야 니 맘이지. 뭐 남에게 물어 볼 것도 없어. 뒤에 숨어서 나쁜 짓 안 하는 것이라면 너 편한대로 해. 블로그 좋은 점 그런데 있잖아.”

 

PS) 어느 블벗님과 쓰기로 약속한 주제의 글 써서 올립니다. 개인적인 거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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