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막히게 슬픈 상황에 처한 사람이 울부짖다가 기절하는 장면을 본다. 왜 기절할까? 컴퓨터가 과부하 걸리면 스톱 된다. 계속 가동되면 타버리거나 망가지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슬프면 미치거나 심장마비가 올 것이니 자율 신경계가 작동해서 전원을 꺼 버린 것이 아닐까?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다. 자손을 번성 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우선 살아 있어야 한다는 본능이 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부모님을 땅에 묻고 와서도 배고프면 밥을 쓱쓱 비벼 먹고, 자상했던 남편 장례식장에서 “나는 이제 우째 사노” 하며 오열했던 할머니가, 몇 달 후 어느 햇살 좋은 날, 날개 같이 가벼운 복장으로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산에 오르신다. 다 내가 살아가는 쪽으로 내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