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10

망각과 추억

아주 기막히게 슬픈 상황에 처한 사람이 울부짖다가 기절하는 장면을 본다. 왜 기절할까? 컴퓨터가 과부하 걸리면 스톱 된다. 계속 가동되면 타버리거나 망가지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슬프면 미치거나 심장마비가 올 것이니 자율 신경계가 작동해서 전원을 꺼 버린 것이 아닐까?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다. 자손을 번성 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우선 살아 있어야 한다는 본능이 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부모님을 땅에 묻고 와서도 배고프면 밥을 쓱쓱 비벼 먹고, 자상했던 남편 장례식장에서 “나는 이제 우째 사노” 하며 오열했던 할머니가, 몇 달 후 어느 햇살 좋은 날, 날개 같이 가벼운 복장으로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산에 오르신다. 다 내가 살아가는 쪽으로 내가 만들어졌다..

단상/일상 2024.07.27

【낙서 52: 지는 해】

뜨는 해와 지는 해. 모두 뜨는 해를 좋아한다.지는 해는 무대 뒤로 사라지는 배우처럼 느껴진다. 사실 오늘 지는 해는 내일 뜨는 해 아닌가?내가 보기에는 지는 해 같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뜨는 해. 인생사 흥망성쇠를 자연의 위대한 진리에 어쭙잖게 비유했다.특히 사상누각의 일시적 영화나 인기를 누리다 필연으로 몰락하는 자를지는 해로 비유하는 것은 참으로 단견이고 건방지다.  2024 어느 날내가 보기에는 몰락하는 자를 지는 해로 비유한 글을 보고

단상/낙서 2024.07.20

사랑하면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 이란 제목의 시다.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성이 다가온다. 시의 바탕에는 사랑이란 전제가 깔린 것 같다.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자세히 보니 더 예쁘고, 오래 보니 더 사랑스럽고, 너도 그러니 나는 분명 너를 사랑하는구나.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세히 보면 더 흉물스럽고, 오래 보면 더 지겹다. 그래서 나는 너와 멀어질 것이다. 내가 정한 마음의 방향에 따라 대상이 보여지고 느껴진다. ‘콩깍지 씌었다’란 말이 그렇다. 예뻐 하기로 작정했으니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 세상, 내 삶이 왜 이래?” 하기 전에,“내 눈에 부정적 콩깍지가 씌었나?”를 먼저 자문해 볼 일이다.

단상/일상 2024.07.18

죽음의 선택

아직 죽는 시기는 내 맘대로 할 수 없지만 죽는 방법은 내가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안락사, 존엄사, 조력사, 연명치료 중단…단어 별 정의가 헷갈린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전문가들 조차도 명확한 개념 정립이 아직 덜되어 있어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음을 보고 놀란다. 하기야 근자에 대두되는 이슈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그러나 나도 잘 모르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좀 거북해서 여러 전문가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나름 정리해 봤다. ●안락사 -  임종 시기에 임박하여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해준다는 포괄적인 용어 -  치사량의 주사를 놓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야기하는 직접적인 행동 ☞ 두가지 의미가 혼용되어 사용 중  -  안락사는 시술 방식에 ..

단상/일상 2024.07.17

창고속에서 잡상(雜想)

#1 어떤 인간이 내 마음을 상하게 한다. 꼭 같은 인간은 없다. 모두 고유하다. 그래서 소중하다.창조주는 필요 없는 것 만들지 않겠지. 나와 다르다고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모난 돌이나 둥근 돌이나 모두 쓰일 데가 있는 법. 그래서 훌륭한 리더는 어떤 유형이라도 멤버가 된 이상은 용도에 맞게 쓰더라.그러나 얼치기 리더는 자기랑 비슷한 돌만 골라 쓰다가 종국에는 와르르 무너진다. 그러나 나는 훌륭하지 않다. 그래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다. 세모가 네모를 만나 콕콕 찔리며 피 흘리는 것은 어리석다. 세모. 네모가 절대 스스로 바뀌지는 않지. 그래서 세모는 세모끼리 네모는 네모끼리 맞추어 사는 것이 현실적이다. 내가 가시라면 나는 가시 덤불 속에서 살겠다. #2 아직 마음은 젊다. 가끔씩 가슴이 벌렁..

단상/일상 2024.07.16

무관심

우연히 작년 신문기사를 읽다가 ‘무관심’이란 단어를 발견했다. “프란체스코 교황님이 가톨릭 수장으로서 보낸 지난 10년간의 소회를 밝혔다…(중략)… 교황은 재임 기간 자신을 괴롭혔던 것으로 교회 안팎의 부패를 꼽으며…(중략)…‘앞으로 무엇을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평화' 한 단어로 답했다…(중략)… 최근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는 ‘무관심의 세계화’를 꼽았다.” 교황님이 최근 가장 걱정하시는 것이 ‘부패’와 ‘무관심의 세계화’다. 이중 부패는 짐작하겠는데, 무관심의 세계화는 새롭다. 신앙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가 사랑과 평화인데 무관심이란 것이 이 같은 가치를 훼손하는 또 다른 나쁜 것임을 짐작한다. 나의 무관심을 합리화 하는 이유들을 생각해 본다. 참 많은 것이 즉시 떠오른다.‘내 일 아닌데’ ‘..

단상/일상 2024.07.13

도광양회(韜光養晦)가 불러온 단상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 고사성어다.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이 천명한 대외정책의 기조이기도 했다. 지금 중국 땅을 호령하고 있는 사자. 아직 지구라는 큰 사바나를 호령하고 있는 대왕 숫사자의 힘이 다하지 않은 것 같은데 대들었다. 아직 조금 더 어린 숫사자가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이러다가 대든 사자 죽을 수도 있겠지만 킹 사자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결국 둘 다 죽거나 비실대면 제삼의 숫사자가 얼떨결에 라이온 킹이 될 수도 있겠다.어부지리(漁夫之利) 쌍방이 다투는 사이에 제3자가 힘도 들이지 않고 이득을 챙긴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생각난다.남북이 피터지게 싸우면 결구 누가 덕 볼까? 여 야야 죽기 살기로 싸우면 ..

시사 2024.07.09

갈증

#갈증은나를 더 간절하게 만듭니다. 갈증이 없는 나는 무기력해 집니다.갈증이 없는 나는 게을러집니다.갈증이 없는 나는 방향을 잃습니다.갈증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컵에 물이 담겨있는 이상내가 물을 찾아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어느 신부님의 강론에서 기억되는 부분.“카지노에서 마지막 판돈을 건 후 도박사가 하는 기도와 교회에서 신자가 하는 기도의 차이점은?” ‘간절함의 정도’누가 더 간절한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해의 절반이 지난 7월 어느 날집적대다가 그만 둔 일, 머리속에서만 뱅뱅 돈 일들이 많음을 자각하다

단상/일상 2024.07.05

가장 빠른 새 2

같은 거리라면 탁 트진 신작로와 굽이굽이 이어지는 오솔길 걷는 것 중어느 것이 나을까?내 경험상 오솔길 걸을 때 힘이 덜 든다. 휘어져 끝이 안보이니 앞길이 궁금하다.굽이마다 다른 풍경이 나오니 새롭다.신호등이 없어 가거나 서거나 내 맘이다. 대신 두려울 수는 있다.저 앞 모퉁이에 산적이 있으면 어쩌나?잘 닦여지지 않은 길이니 돌부리에 채일 수도 있고.시끌벅적한 곳에 길들여진 사람은 외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택할 수만 있으면 오솔길을 걷는다.뻔한 것 보다는 ‘아리송’이 낫다.종착역을 모른채 ‘어느새’를 타고 가는 내가덜 슬픈 이유이기도 하다.

단상/일상 2024.07.03

가장 빠른 새 1

버나드 쇼 묘비  ‘눈 깜짝할 새’눈 한번 깜빡하는 시간은 보통 0.2~0.3초라고 한다.그 보다 더 빠른 새가 있다.‘어느새’ 마음의 시간은 인간이 만든 시간과는 다르다.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처럼 시간이 더디게 갈 수도 있지만‘어느날 거울 앞에 서니 왠 할배가 나를 보고 있더라’ 라는 말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 어느새 여름이 되고 어느새 한 해가 저문다.어느새 아들 입학식, 어느새 낯선 여인이 며느리라고 인사하고.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 어느새 손주 안고 그러다가 어느새… 어~어~ 하는 사이 시간의 가속 페달이 밟혀서 40, 50, 60km…로 속도가 오른다.너무 빨라서 어지럽다 싶으면 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라며 때 늦은 후회를 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어느새’ 등에..

단상/일상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