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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제, 큰 자유

최근 탈레반이 자국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복장인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국제뉴스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문제를 두고 사회가 찬반으로 갈려 시끌벅적하다. 무엇을 입고 벗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과,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강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약속에 따른 규제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근본적으로 입고 벗는 것은 개인의 자유선택이다.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으면 된다. 로빈슨 크루소의 생활이 그랬다. 하지만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후의 삶은 달라진다. 실용성 외에 그 당시 사회에서 허용되는 기준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노출정도, 신분에 따른 복장, 특정 집단에서 요..

시사 2021.08.27

재미없는 천국, 재미있는 지옥

이민자들이 많이 인용하는 조크 중 하나가 재미없는 천국과 재미 있는 지옥이다.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 있는 지옥이란 식이다. 사실 천국이나 지옥에 재미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것 같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재치가 엿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재미라는 것은 주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의미로 이해되어진다. 언제 어디서나 친구와 어울려 진탕 놀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재미, 도처에 널린 엔터데인먼트용 장소가 주는 쾌락, 본인이 의욕이 있고 노력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일거리 기회 등등. 단도직입으로 재미없는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을 택하라면 사람들은 어느 쪽을 택할까? 지옥이 지옥으로 불려질 수 있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는 고통이 반드시 존재할 것인 즉, 개..

단상/천국 2021.08.26

유별난 잎

떨어질 때를 놓친 것인지 떨어지기가 무서운 것인지 가을이면 떨어져야 한다는 섭리에 대한 항변인지 하얀 눈밭 앙상한 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잎사귀. 엄동설한 찬 바람을 이겨낸 네 인고의 대단함이 경이롭구나. 한 잎 떨어질 때의 막막함은 마찬가지 일터 떨어져야 함을 당연히 여기는 수 억년 불문율을 거부하고 왜 떨어져야 하는가 질문하고 사색하는 너의 높음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라는 노 선사의 가르침을 일깨운다. 아비와 그 아비의 아비가 순응하며 살아온 세상의 진리에 의문을 갖고 답을 구하는 네 용기. 때로는 남이 가는 길을 마다하고 새 길을 찾는 붉은 젊음이 부럽구나. 힘들고 막막한 마음에 두렵기도 했겠지만 새 길을 먼저 걸어간 선구자가 그러했을 것이니 이 다음 부디 네 마음에 드는 계절에 움트는 나..

여운 2021.08.26

원주민 기숙학교 2:사과를 먹자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어느 가장의 이야기. 나이도 이제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가는 때라 친구의 권유로 자기개발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고 강사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에 대한 경우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사소한 일로 아들에게 큰소리 친 것이 마음에 걸려 사과를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전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가 어디 쉬운가? 멋쩍고 자존심도 상하고… 고민 끝에 집으로 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사과를 한바구니 사서 가족 앞에 펼쳐 놓고 어리둥절해 하는 아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아들아, 나의 사과를 받아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교만..

시사 2021.08.26

원주민 기숙학교 1:그릇된 믿음과 깨어있음

모 회사 중역으로 일하시던 분이 길을 가다가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어 전문의사의 진단을 받았는데, 그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는 말, “요즘 흔치 않은 병인데… 영양실조로 인한 결핵성 늑막염입니다.”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그분의 아내가 모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라는 사실이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쓰러지신 그분은 아내말을 충실히 따르는 애처가였다는 후문이 있었다. 커피의 효능을 구글에서 검색하니 제목이 여러 페이지를 걸쳐 나온다. 반대로 부작용을 검색하니 역시 제목만 여러 페이지가 넘는다. 세상 어느 음식이 몸에 좋기만 하거나 반대로 나쁘기만 하겠는가? 수 억원에 사서 먹기도 하는 산삼도 과용하면 탈이 난다고 한다. 아는..

시사 2021.08.26

단풍이 아름다운 사회 1

흔히 미국과 캐나다 사회를 비교할 때 melting pot과 모자이크 사회로 비유한다. 용광로는 모든 것을 다 녹여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모자이크는 여러가지 다른 모양의 조각과 색깔이 모여서 조화로운 형태의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사회가 용광로와 모자이크의 속성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는 어려워도 국민의 상당수가 이와 같은 비유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관의 방향만은 이러한 속성을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용광로 속 광석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오로지 최종 제품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미국인 다운 미국인이 되지 않으면 그 사회 안에서 존재하기 힘들어진다. 용광로 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의 개..

시사 2021.08.25

동정탄생에 대한 생각

성경은 글자 한 자 토씨 하나 고칠 수(것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대어로부터 현대어까지,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온 성경이 그 원전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번역 과정상의 오류는 없다 할지라도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과학의 발전 수준이 달라짐으로 인한 변화는 그 해석상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은 그 문자적 해석보다는 의미의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동정 마리아께 대한 신앙고백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불편함으로 남는다. 위대하신 분의 탄생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한 story telling으로 이해하면 동정이란 단어는 의미의 본질을 훼손하지는 않는다고 내 나름대로생각해보지만, 내 입으로 “동정녀”를 외면서 머리까지 조아리는 것은 여전..

요설 2021.08.24

별라

집 뒤뜰에 동물들이 자주 놀려온다. 다람쥐, 새, 스컹크, 이웃집 고양이. 가끔씩 라쿤도 보인다. 도심이지만 비교적 큰 나무들이 있는 조용한 곳이어서 그렇겠지만 주인의 심덕이 후해서 그럴 것이라는 나름 좋은 생각도 해본다. 며칠 전 그동안 뜸했던 덩치 큰 라쿤 한 마리가 대낮에 뜰 중앙에 서 있는 큰 전나무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통상 밤에 몰래 왔다 가는 놈인데 대낮에 나타난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움직임이 많이 다르다. 내려오는 모양새가 불편해 보인다. 속도도 늦고… 떨어질까 조심하는 것 같고 입에 약간의 거품도 보인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점은 사람이 가까이가도 놀라거나 도망갈 기색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인간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다 내려와서는 마당을 이리저리..

단상/자연 2021.08.24

경적보다는 깜박이가 필요한 사회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경적보다는 깜박이가 더 필요한 사회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자주 듣게 되는 소리가 자동차 경적 소리다. 그다지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빨리 출발 안 한다고 빵~, 본인 차 앞에서 차선을 변경한다고 빵빵~. 반면에 사고 예방을 위해서 꼭 필요한 방향지시등, 일명 깜박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운전자는 좋게 봐줘서 얼추 50% 이하인 것 같다. 경적은 위험한 상황임을 다른 이에게 알리는 수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기분이 상했음을 알리거나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 운전을 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가 공격적인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드는 한가지 이유다. 깜박이를 켜는 것은 다른 이에게 ..

시사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