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천국

재미없는 천국, 재미있는 지옥

Chris Jeon 2021. 8. 26. 07:39

  이민자들이 많이 인용하는 조크 중 하나가 재미없는 천국과 재미 있는 지옥이다.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 있는 지옥이란 식이다. 사실 천국이나 지옥에 재미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것 같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재치가 엿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재미라는 것은 주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의미로 이해되어진다. 언제 어디서나 친구와 어울려 진탕 놀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재미, 도처에 널린 엔터데인먼트용 장소가 주는 쾌락, 본인이 의욕이 있고 노력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일거리 기회 등등.

 

  단도직입으로 재미없는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을 택하라면 사람들은 어느 쪽을 택할까? 지옥이 지옥으로 불려질 수 있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는 고통이 반드시 존재할 것인 즉,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십중팔구 사람들은 재미없는 천국을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 먹고 마시고 섹스하며 쾌락을 느끼면서도 조만간 다가올 불의 고통이 어른거려 그 재미 또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바뀔 것이므로 그러하다. 인간욕구에 대한 고전적 이론인 마슬로우의 욕구5단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생리적 욕구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 충족 이외에도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 욕구 충족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천국이 심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든가 남을 도우는 기쁨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하위 단계 욕구 만족에 치중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질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일 수록 휘황찬란 조명등속에 둘러싸인 인공물 속에서 벌어지는 쾌락의 기억을 쉽게 지워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모든 사람들이 수도자처럼 높은 수준의 욕구만 추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옥에도 재미가 있다면 그곳을 탐할 자유가 있지만 천국에도 역시 재미란 것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2021. 06. 09

한국이 음주천국이란 기사를 보고나서

'단상 > 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희망: 시소(Seesaw)  (14) 2023.01.04
천국여행  (0) 2021.08.29
내 마음속 999당  (5)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