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소통

나를 본다는 것 1

Chris Jeon 2021. 8. 28. 11:44

 

  1902년 사회학자 Charles Horton Cooley는 Mirroring effect이론을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아 관념은 타인과 교류하면서 형성되고 타인의 견해를 반영한다. 또한 자신에 관한 생각은 타인으로 인해 생기며 타인의 태도로 결정된다.” 내가 나름대로 이해한 포인트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제 나의 모습이 아니고, 남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실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상관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자아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Mirroring effect 이론에 의한다면 이것은 틀린 말이다. 내 생각은 타인의 나에 대한 피드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나라는 존재는 타인이 나를 생각하는 바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내 자신이 생각하는 나가 아닌, 거울속에 비친 내가 진짜 나라는 이야기가 된다.

 

  팬데믹 상항으로 비대면 온라인 미팅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 미팅 앱을 켜고 화면 앞에 앉아 있으면 나를 포함한 참석자 모두의 얼굴이 화면에 뜨고 자연히 그 중에서 내 얼굴을 제일 많이 주시하게 된다. 대면 미팅때는 없었던 일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도중 나의 얼굴을 볼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변화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더 많이 관찰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자주 내 턱을 만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가끔 한숨도 쉰다. 무엇보다 내가 몰랐던 점은 화면 속의 내 입가가 쳐져 있다는 것이다. 웃으면 올라 가야할 입이 내내 쳐져 있으니 왠 심술궂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이 나를 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내 모습을 이전 많은 사람들이 봐왔을 터이지만 아무도 이를 지적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단정한 자세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줄로 착각해 왔던 것이다. 코로나라는 녀석이 기특하게도 이런 나의 참 모습을 솔직하게 피드백해 준 것이 고맙다. 이후로는 대화 중 입 꼬리 올리는 것에 신경을 더 쓰게 되고 솔직히 상대방 말이 흥미롭지 않더라도 멀찍이 물러앉아 팔짱 끼는 행동은 자제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는 얼마만큼의 간격이 있을까? 싫은 소리 듣는 것 각오하고 나의 고칠 점을 지적해 주는 친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절친이 없어서 거울 앞에선 나와 거울에 비친 나와의 차이가 점점 더 커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든다. 그동안 내 옆에서 꼬치꼬치 잔소리해준 아내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진다.

 

2021.05.28

비대면 화상 미팅을 끝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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