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5

무례(無禮)

지극히 가까이 있는 분들에게는 무례하고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하는 사람에게는 공손하다. 예(禮)는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 낸 것이다. 먹이 찾아 집에 들어온 들개가 주인에게 예를 갖춰 음식 구걸하지는 않는다. 동물에게는 인간과 같은 이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갖추려면 내 본성을 이성으로 관리해야 한다. 반말로 “어이 이리와” 하면 쉬울 것도 “~님 이쪽으로 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해야 한다. 그럼 거의 매일 매시간 보는 사람에게 무례해지기 쉬운 까닭은 무엇일까?편해서 그렇다 혹은 쉽게 생각해서 그렇다.애써서 이성을 작동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조금 본성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조금 더 동물 쪽으로 내 마음이 옮겨진 것이다.곰곰이 생각하지 않고 쉽게 행동한 결과다. 반대로 어쩌다 한..

단상/반성 2024.09.18

우물속에 갇힌 사람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안 개구리다. 이어서 정중지인(井中之人)을 상상해 본다.사람이 우물안에 갇혀 지내면 개구리처럼 될까? 좀 다를 것 같다.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이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철학적 표현도 있다. “하늘은 동그랗고, 지금 내게 보이는 만큼 크고, 세상은 내가 사는 이곳 바닥 만하다.”"저 하늘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느끼는 바람은 어디에서 올까? 저 높은 곳을 올라가면 또 무엇이 보일까?" 이와 같이 개구리와 인간의 생각은 달라질 것 같다. 인간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이성과 논리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개구리 닮아가는 ‘정중지인’이 보인다.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만이 전부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

단상/일상 2024.09.11

2024.9.8 아침 단상: 밤새 안녕

날씨가 추워졌다.아니, 춥게 느껴진다.며칠전까지만 해도 영상 20도 이상이었는데갑자기 새벽에는 10도 가까이로 떨어지니 파카를 껴입고 싶다. 아침에 눈 뜨니 오늘이다.어제와 오늘 사이에 막이 내려진 것인지잠자는 동안은 몇몇 연결되지 않는 꿈속 장면만 기억나고 나머지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막간에 내가 무탈했으니 오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막이 내려진 동안에 진정 내게 아무일 없었을까?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암세포가 자리 잡았을 수도 있고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주어진 날들 중 하루가 사라져 버렸다.나는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안녕하다고 믿는 것이다. 얼마전 댓글에서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뜻의 글을 읽은 것이 기억된다.지금 생각으로서는 아닌 것 같다..

단상/일상 2024.09.08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Communication 방법이 변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웬만하면 단톡방 서너 개 이상에 가입되어 있다. 단톡방 마다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공통적 금기 사항 한가지. 정치와 종교 이야기 하지 말기. 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 거론하면 싸움이 되기 쉬우니까. 그렇다면 정치 종교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 닫고 사는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인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곳, 특히 남성들이 이야기하는 곳 지나치며 들어보면 정치 이야기가 제일 많이 들린다. 한인 커뮤니티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곳이 종교 단체이니 종교 관련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고 큰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잘 안되고 그래서 짐짓 금기시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시사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