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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이야기

12월에는 판공성사(判功聖事)가 있다. 매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전의 대림 시기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면서 용서받는 카톨릭 고해성사 의식이다. 이민와서 한인 성당이 없어서 local church에서 세례 받았다. 매년 최소한 한번은 고해성사하는데, 영어가 어눌하니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미리 준비했다. 영어로 내 죄를 좍~ 영작한 후 프린트해서 가져가 읽는 것. 고해실이 좀 좁고 어둡다. 프라이버시를 위한 것인가? 그러니 신부님 소리도 잘 안 들리고 내가 가져간 프린트된 죄들이 잘 안보인다. 어버버 하는 중에 신부님이 뭐라하시는데 잘 안 들려 뭐라구요?(Pardon?) 하고 되묻는다. 참~나. 내가 지은 죄도 영작해서 읽어야 하고, local people은 한번 고해실에 들어가면 ..

단상/일상 2022.12.14

나의 꽃말 2

이전에 포스팅한 ‘꽃말 1’에서 내 꽃말 고민해 본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껏 고민해 보니 안 하는 것이 맞다 싶다. 꽃말이란 것, 그 꽃이 작명한 것 아니다. 꽃을 보는 사람들이 느껴서 지어준 것. 내가 스스로 나는 이렇다 혹은 이리되고 싶네 하며 내 꽃말 짓는 것 우습고 어불성설이다. 대신 어느 누군가가 내 꽃말 지어 줄 때 부디 예쁜 이름 지어 주실 수 있도록 매일 세수 하고 이쁘게 살아야겠다.

단상/일상 2022.12.12

신부의 하얀 드레스 2: 사자 이야기

요즘 정글이 변하고 있다. 사냥도 시들해졌고. 시끄러운 소리내는 상자속에서 인간들이 던져주는 고기만 받아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 암컷들이 힘 들다고 새끼도 잘 안 낳는다. 아니, 아예 수컷의 구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글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귀찮게시리~” 사자들, 특히 늙은 숫사자들이 당황스럽다. 왕년에 바위 언덕에 올라 어헝~ 고함만 한번 지르면 “킹 오빠” 하면서 암컷 여럿이 환호했었는데. 지금은 지들끼리 잘 놀고 우릴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끔씩 심심해서 슬쩍 다가가 발로 툭 치면 갸르릉~ 하고 쫒아버린다. 할 수 없이 수컷끼리 모여서 색 바랜 갈기 바람에 날리며 신세 한탄한다. “나 왕년에 암컷 여럿 거느렸지.” “나는 저 멀리까지 내 영토였어.” 킁 킁. 어헝 소리가 잘 안나온다...

시사 2022.12.09

생각할 거리가 많다

日 나가노시, "시끄럽다" 한 주민 18년 민원에 공원 폐쇄 결정 .주택가 공원에 50∼60명 아이들 놀아 .인근 주민 1명 "생활환경 완전 바뀌어 고통" 민원 계속 .이웃 어머니들 "아이들 놀 곳 많지 않아 계속 유지 희망" https://flip.it/9k-QB7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리되지 않은 파편 같은 단상들이 떠오른다. 내 생각 보다는 블벗님들의 생각을 먼저 듣고 싶다.

단상/일상 2022.12.09

신부의 하얀 드레스 1

결혼식 때 신부는 흰색 드레스를 입는다. 순결의 상징이다. 신랑은 검정색 양복차림이다. 속이 시커멓기 때문인가? 신부는 순결해야 한다는 암묵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순결의 사전적 의미는, 1. 더러운 것이 섞이지 않아 깨끗함. 2. 마음에 나쁜 감정이나 생각이 없이 깨끗함. 3. 이성과 육체적인 관계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 좀 이상하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 유독 신부에게만 흰옷을 입게 한다는 것. 1, 2의 의미는 새 출발 하는 커플의 마음 가짐을 뜻하는 것이라면 좋다. 하지만 3번은…? 동남아시아 모 국가 의회가 '혼전순결'을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라는 기사를 봤다.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는 히잡 착용 거부 데모를 진압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해외 토픽에서 혼전..

시사 2022.12.07

수준 높아지는 방법

나보다 약한 상대만 택해서 싸우면 지지는 않겠지만 내 실력은 오히려 준다. 나보다 현격히 강한 상대만 골라서 싸우면 정신 없이 얻어 터지기만 하니 배울 수 없다. 나보다 조금 센 듯한 상대와 계속 싸우면 질 확률이 높겠지만 가끔씩 이기기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실력도 는다. 예선 1패 1무 1승. 지기도 하고, 비기기도 했고, 이겨도 봤다. 그것도 모두 죽을 힘을 다해서. 분했고, 아쉬웠고, 기뻤다. 그리고 자신감 up. 목표를 높게 잡는다. 어떤 자도 나와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타가 공인하는 강자와 붙었다. 확연한 실력차를 느끼면서 코피 터진다. 아~ 나는 아직 부족하구나. 하지만 계속 노력하면 다음에는 분명 더 좋아지겠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골고루, 많이 배웠다. 자신감도 얻고 자만심도 ..

단상/일상 2022.12.06

낙서 28: 나랏님 보다 힘센 공

공 하나가 나라 분위기 바꾸고 사람도 바꾸네. 광화문 한편에서는 촛불 들고 반대편은 태극기 들고 어제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던 전쟁턴데 공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면서 서로 얼싸 안고 방방 뛴다. 요모조모 분석하면 논리적인 이유야 나오겠지만 좀 어리둥절하다. 국회 의사당에 대형 스크린 걸고 의원님들 모여서 같이 응원하는 아이디어는 4년 후에나 써먹을 수 있겠다.

단상/낙서 2022.12.03

낙서 27: 뭐가 재미있나?

내 블로그 간판이 '재미있는 천국'이다. 1년여전 블로그 시작하기 이전 끄적거려 본 내 글의 제목이 '재미있는 천국' 이었고 이것을 우연히 읽어본 지인이 이 제목으로 수필집 내봐라 하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 기억나서 블로그 열 때 간판명으로 택했다. 사실 나는 지옥을 믿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해서 지옥이 있더라도 지금 다수의 종교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지옥은 아닐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다. 그럼 천국은? 있다고 믿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역시 명화에 그려진 그런 천국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죽어보면 알겠지. 그 이전에는 그저 내 짐작일 뿐이다. 유한한 이 세상에 살면서 지옥을 미리 생각하며 저는 죄인입니다 하고 가슴을 팡팡 치며 울고, 천국만 바라보며 이 고통 감내하리라 ..

단상/낙서 2022.12.01

혼자라도 괜찮고 2

카톡이 멈춘 때가 있었다. 나는 그저 대화가 안돼서 불편한 정돈데, 한국 신문을 보니 국가 신경이 마비됐다고 난리다. 택시도 못 잡고, 은행일도 안되고, 식당도 문닫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초 연결 사회속에 살게 된 것이다. ‘혼자’, ‘함께’라는 전통적인 의미가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에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눈에 아무도 안보이면 ‘혼자’. 이른 새벽에 “까똑 까똑”해서 눈 비비며 셀폰을 열어보니, 간난 아기가 방글방글 웃고 있다. 최근 손자 본 한국에 사는 친구가 시차 계산 안하고 수다 떨자고 카톡 보내온 것이다. 이런 경우 나는 그 친구와 함께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나 혼자라고 해야 하나? 요즘 젊은이들 고립된 생활을 한다고 어르신들이 걱정하신다. 그러나 실상을..

단상/일상 2022.11.30

낙서 26 : 안느

앞에 있는 글자는 성(family name)이고 뒤쪽 ‘느’는 ‘하느님’ 의미로, 누군가가 한 분야에서 달인, 존경받는 유명인일 경우 붙여주는 일종의 은어라고 한다. 미남이고 유명한 축구 선수였던 안정환 선수를 칭하는 것임을 최근에 블친을 통해서 알았다. 하느님을 믿는 입장에서는 당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톡톡 튀는 개성 있는 표현이라는 느낌이 든다. 누가 뭐라든, 어떤 일을 하든, 발군의 실력과 매력을 가진 인물을 아낌없이 좋아하고 따르는 자유분방함. 그 옛날,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니 ‘입신양명(立身揚名)’ 이니 해서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과거 봐서 관직으로 나가는 것을 효의 기본으로 알았던 시대와 비교해 보면 사람의 사고가 참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공을 잘 차도, 노래를 잘 불러도, 술을 ..

단상/낙서 202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