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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8 아침 단상: 병원

# 공부 끝나고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옆 사람 손잡고 마침 기도 드린다.“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그런데 모임 중 약간의 논쟁이 있었던 두사람은 서로 손잡지 않고 서있다. #교회는 대부분 봉사 활동으로 유지된다.“나는 자유 영혼이고 싶다.”봉사 활동을 부탁하면 돌아오는 답 중 시적인 것이다.자유 영혼을 추구하면서 왜 공동체로 왔지? #모임이 많다 보니 단체 카톡방이 많다.멤버 중 상습적(?)으로 각 단톡방 마다 본인 이름을 올려 놓는 사람들이 있다.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끼어들어 있어야 안심이 되는가 보다.누군지 궁금하여 프로필을 보니 ‘아름다운 성당 사진’ 한 장만 게시되어 있다. ### … 누군가 교회는 병원이라고 했다.영혼이 병든 사람들이 치료 받으러 ..

요설 2026.03.01

2026.02.16 아침 단상: 햇빛에 옷 말리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살아왔다.지금도 그런 편이다.아직도 풀리지 않는 어려움은 말들이 벽에 막혀 튕겨진다는 것이다.통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단절된 것. communication이라는 것이 상대가 있는 법인데네 탓만 할 수 없다.오래전 쓴 글을 보고 반성한다.그동안 잊고 처박아둬서 곰팡이 쓴 옷을 말리는 것처럼. 【회전문】 회전문 앞에 선다.삼각형 꼭지점이 맞은편을 향해 있으니내 쪽은 열렸으나 상대 쪽은 닫혀 있다.상대가 나를 보면 마찬가지다.양편이 다 열린 듯 보여도실상은 막혀 있다. 어느 한쪽이 돌려주지 않으면문이 아니라 벽이다.서로 들어오라고 청해도 누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벽이다. 들고 나는 이들이 마음 맞춰 한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면 열리지 않는다..

단상/일상 2026.02.16

쿠바 – 안타까운 천국

한국에서 가기에는 좀 먼 나라,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오래전부터 한국과는 연이 닿아 있는 나라다. 1921년 멕시코에서 선인장 농장 노동을 마친 288명의 한인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쿠바 마탄사스로 이주하면서 쿠바 이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쿠바가 멀지 않고 여행 경비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저렴해서 겨울철 쿠바로 여행을 많이 간다. 미국과는 원수지간이어서 여행객 중 캐나다인과 유럽인들의 비중이 높다. 관광 산업이 주요 수입원인데 요즘 ‘트모씨’가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니 항공기 기름이 부족해서 캐나다에서 쿠바로 가는 항공편도 일부 단절되었다고 한다. 쿠바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고 역사도 깊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가난해도 낙천적이고 소박한 성품을 지닌 국민이다. 한국말 하는 소리..

단상/일상 2026.02.13

26.01.28 아침 단상: 비빔 기억

갖가지 나물을 넣어 만든 비빔밥.단순히 여러가지 맛을 섞어 놓은 것이 아닌새로운 맛이 만들어진다. 오래된 글에 블벗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다.10여년 전 떠난 바우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글이다. 당시 슬펐고 조금 지나니 그리웠고 지금은 아련하다.가끔 그 녀석을 생각하며 웃기도 한다. 세월이 가면서 그 녀석에 대한 기억은‘비빔 기억’이 되었다. 【행복했던 순간 4】18년 동안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던 녀석이 있었다.세상에 나온지 4주만에엄마 젖도 제대로 못 먹고 가게로 팔려와서옆구리에 피부병 걸린 채 새 주인 기다리던 녀석.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아 덥석 안고집에 와서야 녀석이 시츄라는 것을 알았다.자기 밥그릇 속에 네발 딛고 서 있을 만큼 작았던 녀석.건강해지라고 ‘바우’라 이..

단상/일상 2026.01.28

【신언서판(身言書判) 단상(斷想)】

힘센 분이 몇 번 이야기 한 것.“당신이 웃을 때는 참 해맑고 천진난만해 보여.” 말속에 뼈가 있다.“~할 때는…”그럼 웃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 된다. 웃음이란 것은 내 마음, 감정, 느낌을 온몸으로 나타낸다.소리, 근육의 움직임, 눈빛, 동작으로… 내가 웃지 않고 뭔가 생각할 때는대부분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경우다. 잘 해야지, 이겨야지, 무슨 묘수 없나…치열한 것들이다.그러니 내 표정이 평온과는 거리가 멀겠지. 나의 내면이 드러나는 신(身)은 진실하다.내 얼굴이 강퍅해 보인다면 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내 얼굴이 냉정해 보인다면 내 마음이 차가운 것. 신언서판(身言書判)‘신’이 맨 앞에 나오는 이유가 이해된다. 꽃 단장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흉해지듯내 마음이 곱지 않으면 신(身)이..

단상/일상 2026.01.24

2026.01.03 아침단상: 너는 뭐할래?

내 뜻대로 잘 풀리는 일도 있고 머리가 찌근찌근한 일도 있다.힘에 부치면 세상을, 남을 원망하는 맘도 생기고 그분께 기도할 때도 있다.“~하게 해주소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내가 좋아하는 문구이기도 하지만 잘 실행 안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그분이라면 좀 황당할 것 같다.로봇 만들기가 쉬운데 기껏 힘들여 자유의지 갖춘 명품 만들어 놨더니맨날 하는 이야기가 “~하게 해주소서…” “관둬라”“니 맘대로 하고 나는 맘 편하게 AI 인간 잘 빠진 놈으로 다시 만들란다.”“새벽부터 시끄러워 죽겠네.” 이른 새벽 잠 깨서 해본 공상이다.

요설 2026.01.03

~답다

무엇에 걸맞은 모습이나 속성이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동토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땅이 넓으니 온난한 곳도 사실 많지만 대부분 흰 눈을 머리에 인 쭉쭉 뻗은 침엽수 위로 오로라가 번쩍이는 모습을 많이 떠올린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이곳도 피할 수 없는지 내가 사는 곳도 점점 덜 추워진다고 한다. 살갗이 따끔거리는 추위를 수년 사이 자주 겪어보지 못한 것 같다. 오늘 드디어 이 땅의 이미지에 걸맞은 눈 폭풍이 왔다. 마른 눈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리고 꽁꽁 언 땅위에는 사람도 차도 잘 안보이는 좀 삭막하다고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전개되는 것, 겨울철 동토의 나라다운 모습. 일하러 나가라면 싫을 날씨지만, 등 따시고 배부른 자는 오랜만에 내가 사는 나라다운 풍경에 몸을 맡기고 싶어 길을..

단상/일상 2025.12.27

뿌리

나무를 옮겨 심을 때 원래 있었던 자리의 흙으로 뿌리를 감싸서 심는다.그래야 그 나무가 새로운 토양에 적응할 시간을 번다.애써서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때론 원래 있었던 곳에서 보다 더 왕성하게 자라기도 한다.새로운 땅에 터 잡고 살아남은 나무의 뿌리는 그 옛날 자기가 살았던 곳의 흙내음을 기억하고 있을까? 산행 갔다가 정상 부근에서 반려견과 같이 온 젊은 외국인 부부를 만났다. 얼핏 보니 동양 견종인 것 같아서 물어보니 아키타종인데 수년 전 한국에서 입양했다고 한다.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반가워서 “come on”하고 부르니 친근하게 다가온다.쓰다듬어주며 혹시나 해서 “손’ 하고 명령하니 앞발 하나를 척 내민다.“아~ 이 녀석이 아직 한국말을 기억하고 있구나”신기하고 기특해서 “착하지” “잘 했..

단상/일상 2025.12.19

장미 가시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가늘고 잘 안보이는 곳에 있어서 꽃만 탐하다가 숨은 가시에 찔려 고생한다.사람에게도 누구나 가시 한 개 이상은 가지고 있다. 얼핏 봐서는 잘 안보여서 좋은 상황에서는 원만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튀어나온 가시에 상대편이 상처를 입는다 장미가 가시를 가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요 없었다면 가시가 없어지는 진화가 진행되었겠지.가시가 전혀 없었던 인간은 살아 남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성인(聖人)이 아닌 보통 사람의 경우다. 장미 가시가 무서워서 장미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가시의 존재를 알고 조심하면 된다.사람의 가시가 싫어 모든 이들을 멀리할 수는 없다. 그 사람이 가진 가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면 내가 찔려 고통 당할 확률이 줄어든다. 인간이면 모두 가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

단상/일상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