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자연 12

천의무봉(天衣無縫)

요즘 봄 하늘이 참 맑고 깨끗하다. 천의무봉이란, 시문(詩文) 등이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하거나, 사물이 완전무결함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천의무봉이란 사자성어에서 간섭 받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재봉한 자국이 없는 그냥 그대로의 하늘 옷의 아름다움을, 여러 조각을 덧대 만든 인간의 옷이 흉내 낼 수 있을까? TV 토론장에 나온 연사가 Covid19 사태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난으로 설명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1년에 1번 이상씩 해외 여행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이 기억된다. 지금까지 내 생각에 해외 여행은 좋은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견문을 넓히고 관광산업도 활성화된다 등등의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 뒷면에 숨어 있었던, 인..

단상/자연 2021.08.28

별라

집 뒤뜰에 동물들이 자주 놀려온다. 다람쥐, 새, 스컹크, 이웃집 고양이. 가끔씩 라쿤도 보인다. 도심이지만 비교적 큰 나무들이 있는 조용한 곳이어서 그렇겠지만 주인의 심덕이 후해서 그럴 것이라는 나름 좋은 생각도 해본다. 며칠 전 그동안 뜸했던 덩치 큰 라쿤 한 마리가 대낮에 뜰 중앙에 서 있는 큰 전나무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통상 밤에 몰래 왔다 가는 놈인데 대낮에 나타난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움직임이 많이 다르다. 내려오는 모양새가 불편해 보인다. 속도도 늦고… 떨어질까 조심하는 것 같고 입에 약간의 거품도 보인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점은 사람이 가까이가도 놀라거나 도망갈 기색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인간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다 내려와서는 마당을 이리저리..

단상/자연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