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행복

행복했던 순간 2

Chris Jeon 2021. 9. 11. 12:14

 

방학이 시작되는 날 늦은 오후다. 겨울 방학은 길다.

1달 넘게 수업 안 받아도 되고 매일 숙제 걱정도 없다.

참 편하고 기쁘다.

눈발이 가끔씩 날리지만 찬 바람은 대부분 문풍지가 막아주니 온돌방이 따듯하다. 

아랫목에 깔아 놓은 캐시밀론 이불속에 드러누워 무협지를 읽는다.

무협지는 참 재밌다.

하늘을 나는 주인공은 잘 죽지도 않는다. 그러나 악당은 결국 죽고 만다.

엄마는 무엇이라도 읽으면 좋다고 내가 무협지 읽는 것을 별로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간식거리로 튀긴 강냉이를 넣어 주셨다.

집이 조용하다. 스르르 잠이 온다.

뜰에 있던 내 강아지가 심심한지 몇 번 짖다 멈춘다.

방학 첫날, 재미있는 읽을 거리, 맛있는 간식, 친구 강아지와 함께 있으니 난 참 행복하다.

 

초등 학교 2~3학년 때 내가 적은 일기 내용을 지금 기억을 떠 올려 다시 써본 것이다. 그 당시 글은 훨씬 더

소박했을 것이다. 일기장 위쪽 그림을 그려 넣는 네모칸에 강아지가 눈 몇 송이 맞으며 짖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까지 기억된다. 나중에 엄마가 일기를 읽어 보시고 빙그레 웃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

셨다. 참 그립고 보고 싶다.

2021년 어느 때

문득 엄마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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