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내 마음 속 가시 1

Chris Jeon 2021. 9. 21. 02:20

어느 집이나 아픈 가시 하나는 있다는 말이 있다. 마냥 행복할 것 같은 가정에도 말 못할 아픈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신이 공평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다.

 

어디 가정사뿐이랴. 내 마음에도 아픈 가시가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아픈 곳. 드러내기도 힘들고, 잊을 수도 없는, 그냥 안고 가야할 그런 것들.

 

혹자는 말한다. ‘훌훌 털라고…’ 아니면 종교적 의식인 고해를 방법으로 제시한다. 털 수 있고 고백할 수 있었으면 했겠지. 그러지 못하는 마음 역시 다른 가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가락에 가시가 박히면 아프다. 처음에는 빼내려고 했겠지만 아파서, 피가 무서워서 등 어떤 이유로 못 빼내면 그냥 살에 묻혀 삭거나 굳는다. 큰 가시는 덧나 더 큰 상처로 도질 수도 있지만 지금껏 안고 살아온 가시는 이미 내 몸의 일부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의 가시를 들추려고 하지 말자. 어설프게 드러내라고 권하지도 말자. 이미 굳어 내 몸이 된 이상 다시 들춰 상처를 덧내느니 차리리 안고 가는 것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잊거나 추억이 된다. 내 몸속 어느 곳에서 지금도 나를 찌르고 있는 오래된 가시가 저절로 삭아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래도 없어지지 않으면 그냥 아련해질 때를 기다린다.

'단상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서 좋고  (0) 2021.09.24
내 마음 속 가시 2  (0) 2021.09.21
술 당기는 날 2  (0) 2021.09.20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0) 2021.09.20
술 당기는 날 1  (0)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