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Chris Jeon 2021. 9. 20. 03:16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이 키우는 집에서 곧잘 재미삼아 아이에게 묻는 질문이다. 교육학적으로 보면 어린아이에게는 해선 안 될 질문이다. 자칫하면 편가르기를 가르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조금 철이든 아이는 망설이거나 거짓말할 수도 있다. 아이의 순수한 감정을 그대로 두고 보는 편이 맞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느낌은 그 사회 규범에 분명하게 어긋나지 않는 한 내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이기 때문에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  얼마전 아프간에서 난민 탈출 작전이 한창일 때 영국에 사는 어떤 사람이 전세기를 동원해서 개를 포함한 반려동물들을 구출해와서 논란이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람 구하기도 급한데 반려동물 구출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그를 비난하는 진영의 논리다.

 

  내가 캐나다로 이민 왔을 때 지인이 농담삼아, “이곳 캐나다란 나라에서는 남자가 개만도 못해라고 하셨다. 이유인즉, 소방관을 위한 매뉴얼에 의하면 비상시 구출 우선 순위에서 개 보다 남자가 후순위라는 것이다. 진위 여부는 확인해 보지 않았으나 그 당시 내 느낌으로는 일리 있네정도였다.

 

  캐나다 사람들은 참 착하기 때문에 나라가 복 받는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전쟁이 나면 자유 진영을 대표해서 먼저 달려가서 피를 흘린다. 난민을 쉽게,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도 캐나다다. 이런저런 실례를 떠나서 개개인의 성품을 보면 이웃 어떤 나라 사람들 보다는 순박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나라다 보니,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게 되고 이런 가치관 위에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도움을 받아야할 약자부터 도와주다 보니 개-남자 순서가 된 것이라고 이해한다.

 

  몰론 반대 논리도 가능하고, 또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개와 사람이 동시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는 논리도 충분하고 넘치는 공감을 받을 것이다.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애견을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 본능적으로 개를 먼저 구했다고 해서 인간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다. 자신의 순수한 감정에 따랐으니까. 이런 경우는 법으로도 처벌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 없이 개를 학대하는 자가 과연 사람을 진정 사랑할 수 있을까? 이웃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 인간과 98% 유전자가 같은 침팬지를 재미삼아 사냥할 수 있을까? 확신에 찬 답을 내놓을 근거는 없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니올시다쪽이다.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하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전제한다면, 어느 한편의 생명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자는 일단 생명 경시 사고를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구하든 개를 구하든 생명을 구했다는데 있어서는 먼저 칭찬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본인의 손이 어느 쪽으로 먼저 뻗는 가는 그 사람의 가치관에 따를 수밖에 없다. 불 났을 때 개를 먼저 구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남자를 먼저 구하는 것이 맞는가를 두고 이 나라에서 토론을 벌린다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빠가 좋은지 엄마가 좋은지는 그 아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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