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내 마음 속 가시 2

Chris Jeon 2021. 9. 21. 02:27

 

 작은 가시는 살 속에 그냥 두어도 삭거나 굳어 내 몸의 일부가 된다. 어떤 땐 굳은살이 보통 살 보다 더 강해져서 유용할 때도 있다. 그럼 큰 가시는? 빼내지 않으면 상처가 덧나 고생한다.

 

 누구나 마음 속의 가시를 가지고 있다. 크고 작고는 본인 생각이다.  본인이 묻어 두기를 원해서 삭고, 굳을 수 있다면 굳이 주위 사람이 들추지 않는 것이 좋다. 짐짓 잊고 있는 상처를 들쑤시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데 본인은 뺄 때의 고통이 두려워서, 아니면 피가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는 경우라면 누군가 용기를 불어넣어 주거나, 본인은 눈감고 있고 다른 이가 확 빼 줄 수도 있다.

 

 자살자의 대부분이 실행 전 자살을 암시하는 무엇인가를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살고자 하는 본능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 주변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큰 가시가 곪아 가고 있지는 않을까?

 

 남의 속마음을 읽기는 참 어렵다. 제대로 읽을 경우도 있지만 잘못 읽어 피차 간에 낭패를 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이럴 경우 텔레파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투정을 부리며 밥을 먹지 않을 경우 엄마는 아이를 달래며 어른다. 그리고 곧 그 녀석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아이와 엄마간 텔레파시가 통한 것일까? 엄마의 아이에 대한 사랑이 그 답이다. 항상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아 왔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훈수 두고, 가르치려고 하는 마음, 갑의 입장에서 을을 도와준다는 자세, 혹은 단순한 호기심과 같은 마음을 가진다면 엄마와 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텔레파시를 기대할 수 없다. 오로지 사랑하는 마음의 창을 통해서 이웃을 볼 때만 그들이 진정 아파하는 가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21 9

자살 미수자의 수기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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