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약속글 3: 별나다

Chris Jeon 2023. 1. 10. 10:17

온갖 기하학적인 모양이 어루러진 모습이 보기 좋다.

 

 

유별난 사람이란 소리를 가끔씩 듣기도 하고, 사실 내가 좀 별나 보이기도 한다.

‘별나다’의 뜻은, 통상 성격이 보통 사람보다 다르다 혹은 평균에서 멀어져 있다.

그럼 내 성격이 왜 유별난 것처럼 보여지거나 생각되는 것인지 살펴보자.

 

 

속에 생각을 오래 담아두지 못한다. 바로 내뱉거나 행동으로 옮긴다. 눈치없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내 생각은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한가지 사안에 생각이 꽂히면 그대로 두고 다른 것으로 잘 넘어가지 못한다.

☞두루뭉술이 잘 안되는 점은 있지만 집중이란 면에서는 장점.

 

 

원칙에 매인다. 융통성이 부족하다.

☞기계적인 느낌이 들고 때론 인간미가 부족하다. 그래도 큰 욕은 안 먹지.

 

 

자로 잰 듯 반듯해야 기분이 좋다.

☞세상에 곡선도 있고 직선도 있지. 필요하면 밥도 직각으로 떠 먹는 집단도 있더라.

 

 

들어서 이해하기 보다는 남을 설득 하려고 한다.

☞상대쪽에서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무조건 “당신 맞소” 할 수도 없잖아.

 

 

모두 가치관이 다르고 백그라운드, 처한 환경이 다른데, 자기 잣대로 옳고 그름을 논한다.

☞자기 중심적 사고라는 것인가? 그건 안 좋네. 고쳐야겠다. 그런데 판단의 기준은 결국 내 것에 둘 수밖에 없지 않을까?

 

 

“혼자면 외롭고 함께면 괴롭다.” 양자 택일 해야할 상황이면 주저 없이 혼자를 택한다.

☞아웃 사이드 될 가능성이 높고 자칫 교만(도도)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불편해 하면서도 가운데 앉아 히죽거릴 수는 없지. 그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여.

 

 

이유야 생각해 보면 더 있겠지. 그러나 굳이 더 생각해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유를 생각하면서도 바로 반론이 이어진다.

 

 

이 세상 사람 1초에 한 명씩 만나고 지나가면 얼추 240년 걸린다. 무엇을 근거로 내 성격이 평균에서 멀다고 할까?

 

 

결국 내 생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누가 뭐라든 내가 나를 별나다고 생각하면 별난 것이고 아니라면 아니고.

 

 

설사 별나다고 해도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이 세상 사람 다 다르다. 별 모양도 있고 네모도 있고 공모양도 있고. 그런데 모두 쓰임새가 다르다. 유비/관우/장비 모두 성격 다르니 삼국지가 재미 있다.

 

 

결정적인 것은 별나든 모나든 내 성격 잘 안 고쳐진다는데 있다. 더구나 이 나이에…

 

 

내 성격의 장점을 살리고, 내 성격과 안 어울리는 사람 굳이 사귀려고 용쓰지 말고, 내 성격과 안 맞는 환경에서는 조신하게 있고, 아니면 피하든지. 이젠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 안 써도 되는 나이가 됐다. 포졸이 더 이상 무섭지 않은…

 

 

대신 상대가 나의 별모양에 콕 찔려 아파하는 기색이 보이면, “약한 모습” 하면서 나무라지는 말고, “죄송합니다. 제가 별이라서…” 하며 사과할 수 있는 여유 정도는 갖도록 노력하자.

 

 

이 나이에 그 정도도 안 된다면 아직도 덜 익은 것 아니겠는가?

 

 

♥ 어느 블벗님과 쓰기로 약속한 주제의 글 써서 올립니다. 단, ‘별나다’는 성격이 사회 통념상 수용되는 범위 이내의 성격이라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깔고 쓴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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