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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바르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 중. 어느 날 고속도로 차 몰고 가다가 술 취해서 역주행 하던 차에 받혀서 저승으로 감. 그곳에서 그분을 만남.
“잘 왔다. 내가 너를 요긴하게 쓸 일이 있어 데려왔지.”
“좀 우아한 방법으로 데려오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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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 참 황당하고 슬프다. 무진 고생 끝에 굶어 죽지는 않았고, 아픈 마음 달랠 길 없어 종교에 귀의. 기도 열심히 하다가 저승으로 감. 그곳에서 그분을 만남.
“잘 왔다. 너로 하여금 나를 알게 하려고 그런 일이 일어난 것 이제 알겠지?”
“그런 모진 일 안 겪고도 이곳에 오신분들 많은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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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잃고 홀어머니와 살다 입 하나 덜자고 보육원에 보내진 외아들. 다행히 의지가 굳고 좋은 기회도 만나고 독하게 노력해서 자수성가. 너무 열심히 일한 탓인지 암으로 저승행. 그곳에서 그분을 만남.
“내가 준 시련으로 네가 강철처럼 단련되었음을 깨달았는가?
“비슷한 시련을 받은 심성 착해 보였던 보육원 동기 한 명은 교도소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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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고로 친했던 친구를 잃은 사람. 참 허망하다는 느낌이 든다. 똑똑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던 친군데… 가르침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분을 찾아가서 묻는다.
“그분의 섭리는 인간이 알기 힘들어요. 열심히 기도하세요.”
열심히 기도하며 살다가 저승행. 그곳에서 그분을 만남.
“이제 너의 기도가 응답 받았다.”
“그런데 그 응답이 너무 느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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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전쟁터를 누군가 시찰하는 동영상인데, 지하실에 시체백이 장작더미처럼 쌓여 있다. 조금전까지 숨쉬며 살던 누군가의 아버지, 자식, 연인, 형제… 지난 밤 평온했던 꿈이 허망하다. 그자들이 저승에 가면 뭐라고 말하고 어떤 답을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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