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설

자문자답 2: 섭리(攝理)

Chris Jeon 2022. 9. 21. 18:39

 

 

 

섭리, 기독교에서 ‘세상과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신의 뜻’을 말한다.

 

 

묻지마 총격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현직 경찰관의 장례 예절에 다녀왔다.

관속에 핏기 없는 얼굴로 누워있다.

신부님과 목사님이 강론하신다.

신의 섭리, 부활, 믿고 슬픔을 이겨내십시오. 성경에서 찾아낸 증거를 들어 설득하신다.

 

 

서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다 말귀 못 알아듣는다고 갑갑해한다.

말이란 공기의 진동을 타고 흐르는 일종의 약속된 기호를 내가 번역해서 이해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예수님도 비유를 많이 드셨다. 말귀 좀 알아들으라고. 그래도 잘 안 되니,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 하셨고.

 

 

성경을 신의 존재를 증거하는 증거물로 들고, 신의 말씀이 그 안에 온전히 있다고 한다.

그럼 지금의 그 성경은 누가 썼나? 사람이 썼다. 2000여년 전부터.

그 성경의 내용을 누가 이해하나? 나다. 아주 불완전한 나.

 

 

내가 신에 대해서 다 안다면, 나도 신이거나 아니면 그분이 신이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의 인식 한계 내에서만 그분을 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신은 거대한 기둥 같으신 분이다.”

내가 만져본 코끼리는 그렇게 생겼더라.

 

 

믿음은 좋다. 그렇지만 그 믿음을 증거하려는 시도는 때론 좀 어색해 보일 때도 있다.

이런 경우 “믿으시고 평화 얻으세요.’ 정도가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람은 죽는다. 섭리다. 지금껏 영원히 사는 사람 못 봤으니 맞다.

그런데 죽음의 세세한 것까지 섭리로 정하실까?

너는 몇 날 몇 시에 어디서 총 맞아 죽고,

너는 평생을 왕으로 호의호식하다 죽어 전세계 사람들의 조문을 받고 등등.

 

 

경찰관으로 총 들고 열심히 나쁜 놈 찾아 다니니 총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고,

왕족으로 태어났으니 왕으로 살다가 궁궐에서 죽고,

나처럼 비행기 타고 다닐 일이 적으니 하늘에서 떨어져 죽을 확률이 낮은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을 그분이 정하신다고 하면 나로서는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그저 처분을 바라며 사는 수 밖에.

 

 

신의 섭리든 자연의 섭리든 우리가 control 할 수 없는 큰 뜻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을 섭리로만 돌리면 인간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숨쉬며 살아야 하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 참 무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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