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던 판공성사 다녀왔다.
느낌은?
예년과 비슷.
입구에서 안내하는 교우분께 묻는다.
“어느 줄이 가장 짧나?
“000 신부님.”
이유는 알지.
그분 조금 다혈질이어서 가끔 맘에 안 드는 교우보면 막 나무라신다.
빨리 끝내고 싶어 그 신부님 선택.
가서 보니 대기줄보다 과연 다른 신부님 줄 보다 짧다.
Good choice.
추운데 얼른 끝내고 집에 가서 따끈한 정종이나 한잔할까?
아직도 생각이 있는 곳은 속세다.
제일 끝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 보니 문제 발생.
내가 고려하지 못한 한가지, 그분 말씀이 좀 길다.
대기자의 수는 적지만, 한번 들어가면 10분 이상이네.
세상 내 맘대로 편하게 살려면 잔머리 많이 굴려야 함을 깨닫는다.
대기자를 보니 대부분 나와 마찬가지로 셀폰을 보고 있다.
앞서 들어간 사람 언제 나오나 힐끔힐끔 문 쪽을 쳐다본다.
죄 빨리 고백하고 싶은 모양이다.
사실 올해는 좀 다르게 고해성사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말 나누는 형식으로.
그런데 포기하고 그냥 내가 생각하는 죄들 죽 나열하고 용서를 빈다.
핵심은 내가 반성하고 회개하는 것인데,
죄 없는, 피곤하신 신부님 붙들고 성가시게 할 필요 없잖아.
죄 정리하면서 글쓰기처럼 조금 각색했더니 죄가 죄처럼 안 느껴지고
무슨 일상사처럼 들린다.
고맙게도 다 용서해 주신다고 한다.
대신 주모경 5번 읽으라고 한다.
그거야 쉽지. 내가 지은 죄 탕감해 주시는 조건이 너무 후하다.
역시 하느님은 좋은신 분.
고해소를 나오니 후련한 마음.
죄 사함 받아서 기쁘다는 느낌보다 무슨 의무 벗은 느낌.
와이프 기다리는 동안 한가지 의무 더 끝내야지.
주모경 5번 외우는 것.
이것 안 하면 다 잘해 놓고 마지막 하나 빠뜨린 것 같아 1년이 찝찝하겠지.
얼른 해치우고 싶어 얼마나 빨리 외웠는지 금방 끄읏~
내가 봐도 좀 우습다.^^
내년 이맘쯤 내가 살아 있다면 또 고해성사 하겠지.
아마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러면 왜 하지?
바보야, 안 하는 것 보담 낫잖아.
2023.12.14 저녁
주절주절 일기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