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작은 문화 충격 3 : 가방끈

Chris Jeon 2022. 3. 30. 15:25

 

 

 

가방끈 길이를 자랑하고 싶은 세 사람이 모였다. 나는 S대 출신이야. 옆 사람이 거든다. 나는 그 학교 보다 더 유서 깊은 대학을 나왔지. 서울의 옛 이름이 한양이지. 그러자 마지막 사람이 나선다. 그대들은 지역에 기반을 둔 대학 출신이지만 난 전 국민의 대학을 졸업했다.

 

공부잘한 것 자랑할 만하다. 지능, 지식 수준, 성실, 인내 등 우리가 인정하는 좋은 능력 내지 성품을 평가할 수 유효한 지표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이 학업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우리의 잠재된 능력도 큰 부분이고,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I.Q의 한계에 의해서 E.Q(감성지능)란 용어가 등장한지도 오래다. 거기에다가 머리는 좋은데 성품은 영 글러먹은 자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흐르는 세월에 몸 맡겨 살다 보니 어느새 주위에 나이가 꽤 묵직한 분들로 둘러싸인다. 젊으나 늙으나 자기 자랑하고 싶은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더구나 나이 듦에 따라 자랑거리가 점점 줄어들어서 인지 유독 출신교에 대한 향수가 강함을 느낀다. 향수에 더해서 민증까기에 의한 나이 기준으로 시작된 서열 정하기가 출신교에 따른 2차 서열 정하기로 옮겨가는 것은 주위 사람들을 좀 불편하게 만든다.

 

훌륭하신 부모님 둔 덕택에 총기를 물려 받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여 공부 잘했고 그 결과 누구나 선망하는 명문대를 졸업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그 추억을 간직하는 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삼으려고 하는 생각은 문자 그대로의 명문대 출신 답지 않다.

 

가방끈의 가치는 실용성에 있다. 일단 본인이 사용하는데 편해야 하고 튼튼해야 한다. 어깨에 걸치려면 조금 길어야 하고 손에 들고 다니려면 바닥에 끌리지 않게 짧아야 한다. 화려한 색상이라도 약하면 쓸모 없다. 본질은 가방끈이 아니라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느냐에 있다.  

 

 

'단상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나운스의 기도가 더 잘 응답 받는다?  (0) 2022.04.11
사서하는 고생  (0) 2022.04.03
작은 문화 충격 2: 반말  (0) 2022.03.26
작은 문화 충격 1: 남녀 60세 부동석  (0) 2022.03.23
나 보다 낫다  (0)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