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14

공룡알

Hay(건초)를 베어서 말아 놓은 것이다. 곧 트럭이나 기차에 실려 나갈 것이다. 동물의 먹이로 사용되는데, 일년에 몇번 수확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한국인들은 말아 놓은 Hay 뭉치가 들판에 놓여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옛날 공룡이 광활한 들판에 알을 낳아 놓은 것을 연상해서 '공룡알'이라고 부르곤 한다. 공룡이 산 실제 모습과 비슷한지는 몰라도 들판에 놓여진 건초 더미에서 공룡 시대의 자연 모습을 연상하는 상상력이 참 좋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건초 뭉치'라고 부를 때의 다소 건조하고 삭막한 느낌 보다 공룡알이라고 부르고 나서 보는 하늘과 지평선의 모습이 색다르다.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나그네의 걷는 모습을 연상하는 천재 시인의 영감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

여운 2021.09.02

유별난 잎

떨어질 때를 놓친 것인지 떨어지기가 무서운 것인지 가을이면 떨어져야 한다는 섭리에 대한 항변인지 하얀 눈밭 앙상한 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잎사귀. 엄동설한 찬 바람을 이겨낸 네 인고의 대단함이 경이롭구나. 한 잎 떨어질 때의 막막함은 마찬가지 일터 떨어져야 함을 당연히 여기는 수 억년 불문율을 거부하고 왜 떨어져야 하는가 질문하고 사색하는 너의 높음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라는 노 선사의 가르침을 일깨운다. 아비와 그 아비의 아비가 순응하며 살아온 세상의 진리에 의문을 갖고 답을 구하는 네 용기. 때로는 남이 가는 길을 마다하고 새 길을 찾는 붉은 젊음이 부럽구나. 힘들고 막막한 마음에 두렵기도 했겠지만 새 길을 먼저 걸어간 선구자가 그러했을 것이니 이 다음 부디 네 마음에 드는 계절에 움트는 나..

여운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