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7

밀알 한 개 심는 것

일본이 매년 300마리가 넘는 고래를 잡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몰라도, 세느강에 올라온 돌고래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전세계 토픽감이 된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철새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죽는데, 교각 공사 중 발견된 새집에 살고 있는 새끼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다. 되풀이되는 일상에는 무관심하지만, 뭔가 새로운 일탈은 사람들의 관심 버턴을 확 누르는 법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토픽감이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문다면 토픽감이다 그래도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 한 마리 구하기 위해 여러 명의 소방관들이 땀 흘리는 수고를 단순히 뉴스감으로만 보는 것은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다. 황량한 밭에 밀알 한 개 심는 것. 언젠가 이 불모지에 밀이 싹틀 가능성이 남겨..

단상/일상 2024.08.30

조급증

“너 젊게 보인다.”이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가고 싶은 곳을 두다리로 걸어서 갈 수 있을 나이 빼기현재 나이를 계산해 보니 양 손가락 두 번 쓰면 남을 정도다. 가을이 오지말래도 오고 있다.4계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스무 번이 안된다. 이번 가을에는 미친듯이 다녀야지.배낭을 햇빛에 말리려고 뜰에 나간다.따가운 햇살과 더운 공기가 훅 덮친다. 그러고 보니 에어컨 실외기가 돌고 있다.내가 너무 급했나?

단상/일상 2024.08.28

선상(線上) 어느 곳

날씨가 덥다. 섭씨 몇 도부터 덥다고 해야 하나? 춥다는 기준은? 명확하게 가르기 어렵다. 지극히 뜨거운 점과 차가운 점을 잇는 그 어느 선상에 있다. 내가 춥게 느끼면 추운 것이고 더우면 더운 것이다. 만약 선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세상이 있다면 그들은 본인들이 선함을 인식할 수 있을까? 악이 있기 때문에 선이란 개념이 존재한다. 이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동일체이며 어느 한쪽이 없으면 나머지도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하는 이야기임을 부연한다. 어느 동기부여 강사가 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 쉰 여개가 달린 나무를 그려 놓고 그 둥치를 원망심으로 설명하던 것이 생각난다. 문득 그 부정적 감정과 반대인 긍정적 감정들은 과연 별개의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

단상/일상 2024.08.26

노래에 취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JsEeeAvN84  사이키델릭 록.가수 김정미의 노래를 좋아한다.좀 취한 것 같은 노래. 곡도 좋지만, 보기 싫은 꼴 보고는 두말 않고 사라져 버린 그녀의 배알이 좋다. 앉은뱅이 용쓰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위스키 한잔이 동원된다.김정미님의 노래에 취하고그 속은 모르지만 절정기에 사라지고 지금껏 나타나지 않는 깡다구에 반한다. 세상만사 이론대로 되나요?흘러가는 물결 타고 가는 것도 현명한 처신.싫으면 내려서 니갈 길을 가든지.

단상/일상 2024.08.18

이전투인(泥田鬪人)

내 어릴 땐 내가 어른이 되면 문자 그대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나이들어 보니 어떨 땐 아이들 보기에 민망해질 경우도 있다. 그래도 뿌리가 한국땅에서 자란 덕분에 여전히 고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에 한국에서 들리는 소리와 그 모습이 근자에 유행하고 있는 단어, ‘weird’를 떠올리게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경우, 또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박수 치는 사람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올바르지 않은 것 같은데 직접 그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도 weird하게 되는 신비한 현상들… 감정이 격해져서 싸움이 시작되면 내 몸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따른다. 뇌가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

시사 2024.08.16

늙은 암컷 코끼리

코끼리 무리의 리더는 늙은 암컷이다. 살아 오면서 축적된 경험으로 무리를 이끈다. 그럼 왜 수컷은 안되나? 모르겠다. 그냥 때가 되면 죽을 곳 찾아가서 죽는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힘센 어느 나라 리더 뽑는 과정에서 두 늙은 남자분들이 치고 박고 싸우다가 조금 더 늙은이가 지쳐 쓰러지고 스물살 가량 젊은 여성 후보가 등장하니 신선한 바람 분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이세상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분들의 나이가 꽤 무겁다. 시모씨, 푸모씨 그리고 모래 바람 속에서 피 흘리며 사생결단하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 내 주변도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난 분들이 이 조직, 저 단체 옮겨가며 자리를 차지하고 즐긴다. 그러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시쳇말로..

단상/일상 2024.08.12

2024.8.09 아침 단상: 본질을 보는 눈

회사 제품의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 간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회의 중 나이 더 많은 간부의 제안을 더 젊은 간부가 반박한다.“너 나의 경험을 무시하는 거야?”“왜 반말 하십니까?” …생산성 향상이라는 주제는 간 곳 없고 개인적 감정에 치받쳐 멱살잡이 직전까지 싸움이 이어진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협의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하자 당사자들은 물론 댓글창에서 왈가왈부 말이 많다.“왜 자기만 특별 대우 받으려고 하나?”“협회가 자기 변명만 늘어 놓는다.”…본질은 협회 운영상의 문제점, 혹은 선수 개인의 일탈이 있었는지 여부다.일단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조치 후 개인적인 태도는 나중에 따로 따지면 된다. 세상사 본질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잘 안된..

단상/일상 2024.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