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설

나 자신의 하자 보수 1

Chris Jeon 2021. 9. 14. 06:14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시고 나서 참 좋았다란 감탄사를 남기셨다. 그리고 당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드시고 그 좋은 세상에 살도록 하셨다. ‘화룡점정畵龍點睛)’ 하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사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 참 좋다는 생각이 항상 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 볼 것 없이 나 자신을 곰곰이 뜯어보면 하자가 한 두 곳이 아니다. 만약 이런 상품을 쇼핑몰에서 판매하면 즉시 환불 요청이 들어올 것 같다. 창조주께서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인간을 창조하시다 보니 나 같은 불량품도 생겼을 것이라는 우스개말도 해 본적이 있다.

 

  불행히도 인간은 한번 만들어지면 반품이나 신품으로 교환이 안된다. 버리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고쳐 써야한다. 설사 불량품이 아니더라도 험한 세상에서 살다 보면 먼지도 끼고 마모도 일어나서 수시 보수가 필요하다. 문제는 내 자신에게 생긴 문제는 내가 고쳐 써야 한다는데 있다. 성경, 불경, 도덕경, 윤리서적 등등 많은 수리 매뉴얼이 있지만 하나같이 보통의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거나 알더라도 대부분의 수리 방법이 Discipline(수양修養. 연단鍊鍛)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직 한 분 만을 생각하고, 본능을 누르고, 선한 생각만 하고, 반성하고 등. 시작은 해 보지만 실패가 거듭될수록 좌절하고, 그러면서 마지막 멈춰 설 때까지 털털거리며 영육을 굴리는 인간들이 부지기 수일 것이다.

 

  어차피 결점을 가진 완벽하지 않은 제품이 되고 말았으니 완전한 신품처럼 다시 만들 기대를 접는 것은 어떨까? 그래도 60년 이상을 큰 탈없이 굴려왔고 그간 대형사고를 친 적도 없으니 꽤 쓸모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기름 치고 구할 수 있는 부속품만 갈아 끼워서 용도 폐기될 때까지 유용하게 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다. 도달할 수 없는 수준에 목매고 울부짖지 말고, 이나마 쓸 만한 것을 주심에 감사하고 그날이 올 때가지 최선을 다해 건사하며 사용하다가 때가 되어 그분을 만나면 무엇이라고 하실까? “이 게으른 종아혹은 나름 수고했다어떤 답을 들을 수 있을지는 그날이 되어봐야 알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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