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설

보이지 않는 손

Chris Jeon 2021. 9. 4. 10:18

  ‘Invisible Hand(보이지 않는 손)’ 란 말이 있다. 원래 경제학 용어였는데 다양한 분야에 원용된다. 한 예로, 지구도 유기체와 같아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대응을 하는데, 이를 위해서 그가 당면한 불균형을 보이지 않는 손, 즉 그 어떤 초월적인 힘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 여의 성비가 극히 불균형한 상태에 있을 때, 우연의 일치로 보여지는 큰 전쟁이 난다는 식이다.

 

  Covid 19 사태가 작년에 처음 시작 되었을 때 SNS상에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란 신조어가 돌아 다녔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 즉 1950년대 이후 태어난 꼰대 세대를 제거하는 바이러스라고 빗대어 한 말이다. 그 당시 나이 드신 분, 특히 요양원에 계신분들의 집단 감염이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란 놈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주종을 이루고 있는 델타 변이에 감염되는 층은 주로 20세에서 40세 사이 젊은 세대다. 결국 부머 리무버가 아닌 전세대 리무버(All Generation Remover)가 된 셈이다.

 

  사회가 갈라져 으르렁대는 소리가 커져간다. 빈부, 성별, 인종, 종교 갈등에 더해서 세대갈등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이빨도 약한 인간이 오로지 가진 무기라고는 좋은 머리와 서로 협력할 줄 아는 것이었는데 이마저도 잃어버리면 동식물의 멸종이 남의 일만은 아닐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나와 너, Zero Sum 이란 단어만 아는, 이기적이고 경직된 이분법적 사고만을 고집하는 사이에 우리는 어느덧 현명한 머리를 가진, 협력할 줄 아는 인간에서 서로 다른 종을 만나면 털을 세우고 먹이가 부족해지면 같은 종도 잡아먹는 동물 수준으로 역진화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휘두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일 먼저 손볼 생명체가 인간일 것이다. 누구 보다도 자신을 많이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든든하신 뒷배인 하늘에 계신 그분의 눈치를 보고 참아 왔는데, 그분의 입장에서도 이제 다른 짐승과 비슷해져가는 인간을 특별히 봐달라고 할 명분이 약해질 것 같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백신이다. 수없이 많은 종류로 등장하는 바이러스를 일일이 죽이는 무기(치료약)를 만드는 것보다는 병에 걸리기 전에 항체를 갖게 하는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실제로 인류 종말 원인 중 하나로 바이러스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신이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은총인 백신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적당히 아프게 해서 향후 올 수도 있는 치명적인 것에 대해 각성하고, 준비하고, 내성을 키우도록 배려하는 것.

 

  이제 그분이 주신 백신을 맞고 인간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탁월한 종류의 생명체가 되어야 한다. ‘사랑이라는 지혜로운 항체를 가진 현명한 동물. 그분이 처음 만드신 대로, 가르는 대신 서로 나누고, 싸우는 대신 같이 협력하는 모습으로 올바른 진화의 방향을 잡게 되기를 내 후손을 위해 기도한다.

 

2021년 어느날

서로 으르릉대는 소리가 지구 도처에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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