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설

창조와 진화 1

Chris Jeon 2021. 9. 1. 09:04

 

  믿고 본다. 보고 믿는다. 종교와 과학의 차이를 간단히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재치있고 일리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창조론자와 진화론자는 대척점에 서 있고 그들이 서로 합일점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 때가 있다. 우연한 진화에 의해 인간과 같은 정교한 생명체가 만들어질 확률은 인쇄소가 폭발해서 활자들이 날라가 벽에 박혔는데 우연히 성경책이 만들어질 확률과 같다. 진화론은 불완전한 증거라도 있지만 창조론은 그 불완전한 증거조차 없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자의 주장에 삼각형의 꼭지점은 보인지 않는다.

 

  소나무가 자라는 야산에 사는 참새의 눈에 보이는 나무의 성장 과정은 어떨까? 어느 날 나무씨가 땅에 떨어져 싹이 트고 대부분의 어린 나무는 말라 죽고 그중 일부가 조금씩 자라 소나무의 모습이 갖춰진다. 산 주인이 가끔 거름도 주고 간벌도 해서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 중에서도 나무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휘어지고 바위에 부딪쳐 옆으로 기는 모양이 되기도 한다. 참새는 산 주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나무가 변해 가는 모습만 본다. 그마저 참새는 나무가 자라나는 과정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50년의 시간이 지난 후 산에는 소나무가 무성해졌다. 그때 사는 참새들의 눈에 비친 소나무는 무엇일까? 우연히 자라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 한 참새는 말한다. 산이 우리를 위해 나무를 만드셨다고. 다른 참새는 말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시간은 인간이 인식하는 것이다. 7일 걸려 만든 것은 창조물이고 수억 년 걸려 만들어진 것은 진화한 것인가? 신이 수억 년 넘게 걸려 창조했다면 그 신이 너무 느려 터진 신인가? 아인슈타인은 원을 크게 그리면 그릴수록 원 밖의 부분은 더 커진다고 했다. 원안이 지식이라면 지식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모르는 것도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2000년 전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에 대한 이해가, 현재를 사는 인간들의 신에 대한 이해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고 같기를 강요하는 것 역시 무리다. 우리 은하계에는 태양계와 같은 것이 1천억 개 정도가 있고 우리가 관측한 범위내에서의 우주에는 우리 은하계와 같은 은하가 최소한 1천억개 이상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유대인을 제외한 인간은 모두 이방인(짐승) 취급을 할 때와 외계인을 만나고 난 후의 신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동일 할 수 있겠는가?

 

  우주 속 먼지보다 작은 인간의 인식속으로 신을 구겨 넣지 말자. 그냥 존재하는 신이면 그냥 신이라고 부르자. 티끌 보다 작은 인간의 알량한 지식으로 정의한 신은 인간이 만든 신이지 그냥 존재하는 신이 아니다. 우주의 무한한 창조 과정을 단 7일이라는 인간의 시간 개념속에 가두는 것은 너무 답답하고 옹졸하다. 그렇다고 신이 없다 말하는 과학도 역시 교만해 보인다. 증거와 논리로 입증된 것은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 종교적 이해를 발전시키는 이성이 필요하다. 지금도 인간은 창조되고 있고 현재의 나는 가장 최신형 창조물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그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신을 향해 저를 있기 해 주심에 감사 기도 드린다.

 

2020426

그간 생각해온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나의 소견을 정리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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