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설

창조와 진화 2

Chris Jeon 2021. 9. 1. 09:20

 

  유튜브 상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한 것인가를 놓고 논쟁한다면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난센스임을 안다. 본질이 다른 두가지를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논쟁이므로 바위와 장미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를 놓고 다투는 꼴이다.

 

  스토리와 과학이론은 본질이 다르다. 스토리는 주제를 전달하고자 만든 이야기다. 과학은 자연의 이치를 관찰하여 세운 가설을 논리적 증거를 바탕으로 입증한 것이다. 단군 신화는 홍익 사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논문으로 입증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뉴턴이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세운 가설이 과학적 증거로 입증된 이론이다. 이 논리를 뒤집을 수 있는 다른 논문이 없으므로 지금까지 만유인력은 정설이 된다.

 

  창조론이 맞는지 진화론이 맞는지를 가지고 다투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창조론이 아니고 창조 이야기로 불리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창세기에 있는 창조 이야기는 과학자가 논문으로 입증한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창조 섭리를 담고 있는 스토리다. 무에서 유를, 어둠에서 빛을,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 내신 하느님의 창조 섭리를 후세 인간들이 스토리로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진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신념의 진위를 가릴 논문은 없다.

 

  진화론은 다윈이 자연 현상을 관찰하여 얻은 생명진화에 대한 통찰을 논문으로 입증하여 수립한 이론이다. 초기 논문 이후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로 보완, 반박되는 치열한 과정을 거친 끝에 지금은 거의 정설로 굳어진 이론이다. 여기에는 신념이나 사상이 개입하지 않는다 오직 논리와 증거만이 완벽한 이론을 수립해 나갈 뿐이다. 진화론은 불충분한 증거라도 있으나 창조론은 그 불충분한 증거 마저도 없다는 말은 과학과 스토리의 본질적 차이에서 기인된 말이다.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Science without religion is lame, religion without science is blind.) 과학과 종교는 서로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라 같이 가야하는 것이다. 본질이 다른 두가지를 놓고 다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종교는 입증된 과학을 수용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이성적인 믿음을 쌓아가야 한다. 합리적인 이성을 배척한 맹목적인 믿음은 사상누각이 되거나 맹신이나 광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천동설을 믿을 때의 신앙인들의 우주에 대한 이해와 지동설 이후의 이해가 다르듯이, 종교는 과학의 도움으로 더욱 바른 방향으로 심화되어 가고, 과학이 입증할 수 없는 부분은 종교의 영역으로 인정해 주는 상호 이해와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에서 유를, 어둠에서 빛을, 혼돈에서 질서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아름다운 섭리가 빅뱅이론으로 조금씩 밝혀지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202098

신학자 김학철 교수의 창조와 진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공감하면서 내 생각을 보태어 정리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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