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집 앞에 나가 하늘을 보니 추석달이 많이 이지러졌다.
‘달도 차면 기우나니’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Mall에서 파는 꽃 화분을 여름내 걸어두고 즐거워했는데 아침 이슬이 찬 지금까지도 붉은 꽃잎이 그대로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대견해서 매일 열심히 물은 주면서도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땅에 뿌리박고 살다가 이미 시든 자기 친구들 따라 가고 싶어할까?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 중에서 ‘연명치료’의 동의, 거부에 대한 결심은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 파는 화분에 있는 꽃들은 가공 과정을 거친 것 같다.
향기가 적거나 아예 없고 무엇보다도 보통의 꽃들보다 이상하리만큼 오래 살아 있다.
필시 무슨 약품을 넣어 덜 시들게 만든 것이라 짐작해 본다.
동백꽃은 태생이 겨울에 꽃 피우게 만들어진 것이라 아름답지만,
봄에 피고 가을에는 시들어야 할 꽃이 찬 이슬 맞으며 버티는 것이 꼭 꽃의 바램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시사철 꽃 보며 즐기고 싶은 인간들이 원한 것.
생사를 가르는 현대 의학적 기준은 ‘뇌사’다.
뇌가 움직이면 살아 있고 뇌파가 없으면 죽은 것이다.
그렇다고 생명의 의미가 뇌의 움직임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생각하고 행동하며 즐겁고 슬퍼하는 일체의 모든 것이 생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리라.
오늘 아침에도 몇 가지 알약을 입에 털어 넣으며 혼잣말한다.
“오래 살려고 이러는 것이 아니라 덜 아프고 떠나려고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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