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유학생, 여자, 한국 시골에서 태어나 명문 Y대 졸업. 캐나다 유학 후 영주권 취득을 위해 WORKING PERMIT으로 일하던 중 돌연사. 지병이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한국에서 수술 받기 위해 항공권까지 예약해둔 상태였음.
세례 받았고 미사도 착실히 참석. 성당 연령회에서 장례 지원. 가족은 한국에서 날아온 부모님과 여동생 한 명. 이곳 친구 소수. 관 들어줄 사람 없어서 내가 봉사. 사지 멀쩡하고 시간 많다.
이곳 문화에 따라 관 뚜껑 열려 있고 조문한다. 참 예쁜 얼굴이다. 죽은 자 예쁘든 안 예쁘든 무슨 상관이겠냐 만은 그래도 이쁘고 젊은 얼굴 보니 더 안타깝다.
부모님 보니 50대 초반. 어머니가 무척 강하시다. 장례 미사 때 떠난 딸 회고하는데 많이 울지 않음. 미사 참석한 사람들이 더 많이 운다.
화장터. 관 들어가고 문 닫히니 모든 것이 끝. 참석하신 교우분들 위해서 식당에 점심 식사 준비했다고 한다.
그냥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내가 담근 막걸리 두 병 마셨는데 부족하다. 위스키 한잔 더 따른다.
27세 젊은이는 재로 변하고 한참 늙은이는 술을 마신다. 등 따시고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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