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소위는 영외 거주가 안된다.
그냥 부대 안에 있는 독신 장교 숙소(BOQ)에서 해 주는 밥 먹고 눈치 봐서 가까운 마을에 잠시 외출하는 정도.
그러니 남아도는 정열을 내 보낼 길이 없다.
마을에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꼭 사 갖고 오는 소주를 쟁여 놓는다.
훈련 없는 주말 오후 심심하니 옆방 동기와 과자 부스러기 놓고 술판 벌린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다.
물 마시듯 마시다가 지금 보면 구닥다리 카세트에 테이프 넣고 음악 튼다.
신나게 나오는 음악, Funkytown.
거나하게 취한 두 젊은이가 일인용 침대위에 올라가서 펄쩍펄쩍 뛰며 춤춘다.
춤이라기 보다 몸부림. 접신의 경지.
당직 서던 동기가 큰 소음에 놀라 문 열고 들어와서 눈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둘 다 미친 줄 알았다고.
맞아 그땐 미쳤지.
참 신나게 미쳤다.
그때 그 동기 지금 사진 보니 머리 허옇게 돼서 손주 안고 웃고 있더라.
그러고 보니 그 친구 wife는 제대하기 몇 주전에 동기 4명이 위수구역 벗어나 서울에 몰래 놀러 나와서 미팅했는데, 그 때 만난 짝지와 결혼했지. 만약 내가 뽑기 잘해서 그 여인과 짝이 됐더라면 지금의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왜냐하면 그 친구의 짝이 퀸카였거든. ^^
참 인연이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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