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악의 평범성 2

Chris Jeon 2023. 3. 30. 20:07

악은, 듣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그 씨앗이 잉태된다는 강론을 들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귀담아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가려서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 반추(反芻)해 본다.

 

 

이 녀석이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귀담아 듣는다는 것

귀담아듣는 것의 반대는 흘려 듣는 것이다.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리면 담기지 않아 남는 것이 없다.

귀담아들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귀담아듣겠다는 의지가 먼저 있어야 한다. 스쳐가는 바람소리까지 귀담아듣는 사람 드물다. 내게 필요하고 소중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고 기억해서 되새김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리는 그냥 흘러 나간다.

흥미 없더라도 필요한 소리도 있고, 몸에 좋은 쓴 소리도 있다. 일단 누가 내게 하는 이야기는 소중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다.

들어보고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흘려 보내도 늦지 않다.

 

 

묻고 생각하고 답하고...

 

#곰곰이 생각한다는 것

지나가다 예쁜 여자를 보면 음심이 생긴다. 곰곰이 생각하면 머리 한번 흔들고 정신 차릴 수 있다. 겉으로 예쁜 것을 탐하고 난 뒤에 올 고통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한다는 것은 지식의 수준이나 사고력의 차이와는 관련이 없다. 그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 소리 칠수 있는 이유는 생각하는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하는 수고로움이 귀찮고 하찮게 여겨져서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면 본능이나 습관적 방식에 따르게 된다. 매사 곰곰이 생각하기만해도 내 몸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양심이 내가 가야 할 바른 길을 가르쳐 준다.

 

 

남정네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가려서 행동한다는 것

어느 인문학 강사분의 말씀, 길가다가 잠 올 때 길 위에 누우면 짐승, 집에 와서 누우면 인간. 가려서 행동하면 인간이 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행동은 본능에 가깝다. 인간은 본능을 컨트롤하는 이성이 있음으로써 인간 답게 된다.

우리는 완벽한 인간과 완벽한 짐승을 잇는 선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다. 내 이성의 잣대로 얼마나 가려서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진다.

 

이제 와서 보니 귀담아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가려서 행동하는 것은 한 묶음이다. 귀담아 듣지 않으면 곰곰이 생각할 여지가 없고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가려서 행동하게 하는 이성이라는 핸들과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위 3가지 가르침 중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모습만 인간이고 속은 짐승이라는 욕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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