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첫눈

Chris Jeon 2022. 11. 16. 21:15

 

 

 

내가 사는 곳에 첫눈이 내렸다.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첫눈임을 인정하는 기준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 눈으로 부실부실 내리는 눈을 보았기에 내게는 첫눈이 맞다.

 

 

무엇이든 ‘첫’ 이라는 것은 설렘을 준다.

‘첫눈’ ‘첫사랑’, ‘첫출근’ …

그럼 ‘첫죽음’은?

설레지도 않지만 용어 자체가 어색하다.

 

 

‘첫’이란 단어를 썼지만 사실은 처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전부터 겨울이 시작되면 눈이 내렸고, 사랑이란 의미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익숙했던 것 다시 보니 반갑고, 말로만 듣던 것 내가 해보니 좋더라.

 

 

이번 겨울만 눈 오고 다음부터는 눈이 안온다면?

사랑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면?

설레는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

 

 

결국 내게 익숙한 것이고,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시 내게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니까

‘첫’이란 의미가 설렘을 주는구나.

 

 

죽어 본 사람 없으니 죽음을 모르고,

삶과 죽음이 돈다는 것 확신하지 못하니

첫 죽음이 설레지 않듯이.

 

 

하기야 내가 내년에 다시 첫눈 본다는 보장도 없지.

그래도 내 마음이 설레는 것을 보면,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이 꽤 큰 모양이다.

 

 

2022년.11월 중순

첫눈 내린 모습 사진에 담다가…

'단상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 마지막 캠핑  (39) 2022.11.25
혼자라도 괜찮고 1  (25) 2022.11.20
싸움 1 : 끝없는 싸움  (29) 2022.11.11
임윤찬 2  (26) 2022.11.06
임윤찬 1  (0)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