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싸움 1 : 끝없는 싸움

Chris Jeon 2022. 11. 11. 20:52

 

 

통상 싸움에는 끝이 있다. 승자, 패자, 무승부, 휴전.

그런데 끝없이 이어지는 싸움도 있다. 부부싸움이다. 부부 관계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싸움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최대치의 기대를 안고 상대를 고른 만큼 실제 생활하다 보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만을 사랑하는 사람' 오직 이것 하나만을 조건으로 상대를 골랐다고 하는 사람, 실제로는 사랑이 제일 먼저라는 이야기지 그 뒤에 깔려 있는 부대 조건들이 많다. 그래서 찾기만 하면 싸울 소재가 널려 있다.

 

 

싸움이 싸움을 부른다. 반찬 투정하는 남편 때문에 시작된 싸움이 시어머니에게 불손한 아내 태도 문제로 번지고 나중에는 30년전 혼수 문제로 비화된다. 한가지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정리가 되는데, 반격의 구실만을 찾다 보니 상대 조상님 잘못까지 들춘다. 그래서 한번 시작한 싸움은 좀처럼 포성이 멎지 않는다.

 

 

상대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한 몸처럼 붙어 살다 보니 나름 상대에 대한 파악은 다 끝났다. 이제 내 생각과는 다른 상대의 말은 헛소리로 들린다. 들으려 하지 않으니 들리지도 않고, 듣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말만 들리고 심지어 자신의 생각에 맞춰 편집하며 듣는다. 전문적 용어로 ‘선택적 경청’이라는 것이다. 귀 막고 싸움하니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승복할 생각이 없다. 한국인들의 한(恨)은 이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된지 오래다. 풀고 살아야 되는데 화를 안고 살다 보니, 저 나쁜 자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오기 비슷한 것이 생긴다. 그러니 심판도 없고 룰도 없는 물고 물리기식  싸움이 되기 쉽다. 어느 한쪽이, 아니면 둘 다 들것에 실려 나가지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싸움의 상대가 쉬운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살을 섞고 사는 부부 아니던가. 말이 쉽게 나오고 그러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감정도 쏟아져 나온다. 어려운 상대와 말싸움한다면, 생각 많이 하며 싸울 것이다. 생각 없이 쏟아 놓다 보면 상대가 얼마나 아파하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다. 둘 다 피 흘리는 것을 모르고 싸운다.

 

 

한국의 이혼율은 OECD국가 상위에 속하고, 결혼한 20년이 넘은 부부의 이혼을 뜻하는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 건수의 40% 넘어섰다고 한다. 이혼해야만 하는 사유가 있는 것은 어쩔 없다고 해도, 절실히 필요하지도 않은 싸움이 발단이 되거나 누적되어 이혼까지 이르는 경우는 아쉽다.

 

 

재활용 격언에, ‘내가 버린 쓰레기 남에게는 보물이다' 라는 것이 있다. 밑의 다이아몬드 밭을 몰라볼 수는 있다 쳐도, 순간 감정에 손에 쥐고 있던 보물까지 팽개쳐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지.

 

 

♥에필로그♥

글쓰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해와 사랑 보다는

증오와 다툼의 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부부가 아니면서 부부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결혼 생활 내내 싸움 한번 안하고 사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니

그런 분들 지혜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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