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의 꽃말은 ‘침묵, 기다림’. 절묘하다. 딱 그 캐릭터와 맞다. 센바람 찬바람 맞으면서 하필이면 바위틈새에서 옹송그리며 자랄까? 꽃 모양도 작은 해바라기 같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돌아오실 ‘님바라기 꽃’?
꽃말 짓는 사람 존경한다. 그 많은 꽃들 모두 꽃말이 있는데, 한결 같이 그 꽃의 아름다움에 뜻을 심어주는 표현이다. 오랜 동안의 세밀한 관찰과 영감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문득 “내 이름은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Identity를 나타내는 중요한 것인데,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성이 주어지고, 항렬 지키고, 조상님의 희망 사항 담아서 문자 그대로 주어진다. 내가 되고 싶은 모양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지금 내 모습과 완전히 다른 경우도 생기고.
이민와서 내 본명 말해줬더니 이곳 사람들이 아주 용쓰면서 나도 못 알아들을 내 이름 부르길래 안되겠다 싶어서 영어 닉네임 하나 뚝딱 만들어서 지금껏 쓰고 있다. 생긴 모습이나 생각하는 것은 조선인인데 내 이름은 나도 정확하게 발음한다고 자신 할 수 없는 영어 이름이다.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내 이름은 뭘까? 지금의 나와는 다르더라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주는 꽃말 같은 내 이름을 갖고 싶다.
내가 지은 내 이름. 부를 때 마다, 불려 질 때마다 사랑스럽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한 무언의 책임감도 느껴질 이름.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내가 되고 싶은 이름이니 내가 지어야겠다. 길어도 상관 없고, 남이 좀 이상하게 느껴도 괜찮고.
지금부터 고민고민, 심사숙고… 즐거운 스트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