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특별한 나눔

Chris Jeon 2022. 10. 31. 11:03

인체조직 기증 후 세상을 떠난 이진주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잠에서 깼다. 잠시 죽었다 살아난 기분.

금방 다시 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신문을 본다.

29살 꽃다운 나이 여성이 갑자기 뇌사 상태가 돼서 100여명에게 장기기증하고 저 세상으로 갔다는 기사를 봤다.

 

 

사랑했던 이를 떠나 보낸 사람들이 무덤 앞에 꽃을 두고 그리워 한다.

살아 생전 곱던 모습, 장한 모습, 다정했던 모습.

그리움에 감동 받아 죽은 자가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서서 나온다면?

끔찍하다.

 

 

이곳에서 첫 의료보험증 받을 때 장기기증 서약했다.

사체도 해부용으로 기증할 의사를 묻는 난에는 동의 표시하지 않았고.

죽었지만 발가벗겨 이리저리 잘리기 싫더라.

 

 

자는 동안 나는 뭐했나? 모르겠다. 그냥 잤다.

내가 죽으면 내 몸은 어떻게 될까?

벌레 밥이 되고 훌륭한 비료가 될 수도 있겠지.

 

 

며칠 전 묘지 분양관련 설명서를 보니

내 한 몸 눕는데 땅 값이 캐나다 달러 1만불 조금 넘게 들더라.

 

 

사체 기증하면 남는 부분은 공짜로 잘 태워서 단지에 담아주니

죽어서도 1만불 이상 버네?

나 돈 좋아 하거든.

 

 

혹시 죽어서 그분 만나면 니 몸은 어디에 두고 왔냐 물을까?

설마 몸이 없으니 부활 못 시켜주겠다고 하시지는 않겠지.

꼭 필요하다면 없던 몸도 만드시는 분이신데, 있었던 몸 카피 정도야 간단.

 

 

옆 힘쎈분과 의논해서 사체 기증도 해야겠다.

일심동체인데 가도 같은 방법으로 가야지.

 

 

둘이면 2만불 벌써 확보.

그 돈으로 여행가자. ㅎㅎㅎ

 

 

참, 허공 향해 주먹질하는 것 전공하면서

환경운동하는 것으로 위장하시는 분들

본인들 몸 리사이클링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거나 태우면서 발생하는 환경공해 줄이고

썩기 전에 잘 활용하면 여럿 살리고

내 죽은 후 남은 자에게 부담 줄여줄 수 있고

일석삼조네.

 

 

PS: 돌아가신 분 참 좋은 일 하셨습니다. 아마 생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셨겠죠.

남은 가족분들이 더 장하십니다. 망자의 뜻이었더라도 따르기 참 힘들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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