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낙서

낙서 4 : 잡념

Chris Jeon 2022. 1. 11. 04:18

<2022년 1월 6일. 목요일>

 

쌀가루 아주 작게 뭉쳐진 것 같은 눈이 흩날린다.

무슨 눈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인적이 드문 Trail을 골라 걷는다.

사람 북적대는 곳 피해서 간다

꼭 Covid 때문은 아니고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과연 혼자면 좋을까?

사실 자신이 없다.

너무 풍족스러워서 호사 떠는 것 같다.

같이 사진 찍어줄 사람이라도 있으니

큰소리 치는 것이겠지.

둘이서 마주보며

씩 웃으니 기분 좋다.

 

<1월 7일. 금요일. 좀 추워서 집안에 앉아 대통령 출마를 꿈꾸다>

 

정치 이야기 좋아하시는 지인이 가끔 카톡을 보내온다.

오늘 내용은, 지지율 1, 2위 분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으니

차라리 3위를 찍고 싶다는 내용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그들보다 나은 것 같다.

 

가족 문제없고

부정 안하고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비교적 똑똑하고

보통 사람이니 지지계층 편중 안되고

군대 갔다 왔고

그런대로 생김새 괜찮고

건강하고

이념이나 종교에 편중 안되고

지나치게 똑똑하지는 않으니 나 아니면 안된다고 설치지 못할테고

가까운 사람 별로 없으니 정실인사 안하고

마누라 드세지 않아 영부인 치맛바람 걱정 없고…

다 갖췄구먼.

 

일은 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 데려다가 시킨 후 결과만 챙기면 되고

'공'은 당연히 내 것, '과'는 당신이.

이래저래 의견이 다를 때는 상식선에서 결정하고

아랫사람 서로 다툴 때는 너도 옳고 니도 옳다 하고

말 잘 안 듣는 사람은 안가에 데려다가 술 한잔 먹이고

실실 웃으며 쳐다보고 있으면 지가 알아서 기고

민감한 사안은 묻어 차기 정권으로 미루고

멀리서 터지는 폭탄은 나와 상관 없지.

떡 고물 내가 조금 덜 먹고 야당 골고루 선심쓰면

나중에 감옥갈 걱정 안해도 될텐데.

그러다 보면 5년 후딱 지나가고.

뭐 하나도 어려울 것 없겠다.

 

흙 속 진주는 찾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와야 되는 것인데

먼 곳 촌구석에 웅크려 살고 있으니 튀어나올 방법이 없다.

그러니 누가 알아줘야 해먹지.

 

그러나 저러나 내가 진주 맞나?

 

<1월 8일 토요일 춥다>

 

간추린 뉴스 브리핑에서, 젊은이들 3명이 마약하고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차 몰다가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교황님이 자녀 안 낳고 대신 반려 동물 키우는 사람들을 나무라셨다.

 

추운 날 자식 떨 것이 두렵고, 혼자 살기는 외로운 자들의 슬픔도 같이 아파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1월 9일. 일요일. 밖이 어둡다>

 

일요일? 날짜 헷갈린다.

주일이지만 오늘 그분 만나러 가지 않기로 했다.

어제 단체 산행도 빠졌다.

대체적으로 검정 계통 옷 입고

숙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

형형색색 옷 입고 배고픈 다람쥐 앞을

보무도 당당하게 걷는 것

모두 좀 그렇다.

그것 있잖아?

오미크론이란 좋은 핑계도 있다.

 

컴퓨터 켠다.

세상 돌아가는 소리 시끄럽다.

거기에 내 소리도 있다.

 

눈 내리는 밤.

가만이 귀 기우리면

눈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나는 지금껏 그런 소리 들은 적이 없다.

마음으로만 들리는 소리도 있는가 보다.

 

쓱쓱 낙서 잘한다. 좀 똑똑한 것 같다.

그래서 뭐 했는데?

할말이 없어진다.

 

아는체, 하는체, 행복한체…

체, 체 하다가

뭐가 뭔지도 모르는체 갈 것 같다.

 

어깨가 쳐지며 슬퍼진다.

나 답지 않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내가 안다. 

그래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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