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닭싸움

Chris Jeon 2024. 2. 20. 22:07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두 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을 말한다. 상대방이 돌진할 것에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리면 게임에서 지게 되고 겁쟁이가 된다. 반면 핸들을 돌리지 않고 돌진한 사람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비키지 않는다면 둘 다 크게 다친다.

 

정부 닭과 의사 닭이 싸우고 있다. 결과는 어차피 나게 되어 있다. 어느 한편이 이기거나 지든지 아니면 둘 다 죽든지. 나랑 상관 없는 싸움이라면 재미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인간의 본성에는 피 터지거나 고통받는 제삼자를 구경하면 흥분되는 못된 것이 숨어있으니까. 불구경, 부부싸움 구경, 남의 나라 전쟁 구경…

 

문제는 이 두 마리 닭들 싸움의 피해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온다는 현실이다. 특히 시급을 다투는 아픈 사람들. 곧 치료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속절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최악의 상황은 물론이지만 나을 수 있는 고통을 두 닭 때문에 기약없이 참아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열불 터지는 노릇이다.

 

그래서 싸움의 원인을 들여다본다.  거의 목숨 걸다시피 노력해서 입신양명의 자리에 오른 닭과 수십년간 공부하는 닭이 싸우는 것을 보면 그 원인이 간단치 않을 것이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오로지 상식만을 가진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대학 어느 학과의 정원 늘리는 것. 필요하면 늘리고 과하면 줄이는 것이 정원이다. 지구가 생기 전인 150억년 과거의 신비도 풀어가는 세상인데 그깟 학과 정원 늘리는 것을 가지고 내노라하는 전문 닭 진영의 결론은 정반대다.

 

그래서 어느 한편 혹은 양쪽 다 본질에서 떠난 사심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모든 자료가 백일하에 드러나 있을텐데 동일 사안에 대한 분석이 완전하게 정반대일 수 있을까? 고작 2000명 때문에 온나라가 들썩이는 것 또한 요상하다.

 

누구랑 다투고 있다가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면 살려 놓고 다시 싸우는 것이 인간이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며 마음이길래 죽어가는 사람 옆에 두고 니 죽고 나죽자는식의 싸움을 이어갈까 매우 궁금하고 또한 우려가 된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니 두 닭의 싸움을 누군가 말려야 한다. 상황을 보니 그렇 수 있는 힘은 딱 하나다. 우리가 뽑은 정부 닭과 나의 목숨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의사 닭이 붙었으니 이 둘을 떼어 놓고 훈계할 수 있는 자는 닭 주인뿐이다. 곧 국민이다.

 

딱 3가지만 요구하면 된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으니 사람 살려 놓고 나서 싸우시라.

사심 내려 놓고 양측 주장을 객관적으로 펼쳐 보시라.

심판은 국민이 하겠노라.

 

개인적으로는 시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 때 필요한 것이 촛불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히포크라테스와 촛불, 정의와 촛불. 궁합이 맞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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