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시니어 2: 되고 싶은 모습

Chris Jeon 2024. 1. 9. 07:13

 

 

내가 늙은이라는 생각은 아직 안 든다. 손주가 없으니 할아버지 소리 들을 일 없고, 부모님 잘 둔 덕분에 아직 염색약 신세 안진다.  잘 걷고 심지어 좀 뛰기도 하니 나이가 나랑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틱틱 반말하기도 한다.

 

얼마전 지역 신문에 5년전 내 사진을 보고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름은 분명 네 이름인데 사진 속 사람이 달라서 긴가민가해서 전화했다고 한다. 아뿔사, 나만 모르게 내 얼굴이 변했다.

 

나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늙어서 되기 싫은 모습을 가정해 두고 그리 안되기 위한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할말만 또박또박 정확하게 하며 살고 싶다. 귀 닫고 주절주절 같은 말 반복하는 모습은 싫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 꾹 참고 나중에 원망하는 것은 더 싫다. 글쓰기 계속하면 도움이 될 것 같고, 하고싶은 말 못 참는 성미이니까 나머지는 걱정 안 해도 될 듯하다.

 

웃는 얼굴을 갖고 싶다. 주름진 얼굴에 항상 화난 모습을 하고 있으면 누가 가까이 오고 싶어 할까? 마음이 웃어야 얼굴도 웃을 텐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행복해야 웃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우선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해 보자.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이 좋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매사 이해타산을 깨알 같이 따지고 본인 손에 쥔 것은 결코 내 놓지 않는 옹색함은 보기 민망하다. 돈 없더라도 마음만 넉넉하면 가능할 것 같다.

 

미래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종일 과거만 돌아보며 한을 삭이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내일 죽을 것을 알지라도 아침에 일어나 깨끗하게 세수하고 ‘Good morning’을 외치고 싶다.

 

조금은 분주한 삶을 살고 싶다. 어두운 방에 하루 종일 웅크리고 앉아 있는 분을 보면 솔직히 좀 무섭다. 저러시다가 어찌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한다. 없는 일도 만들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Do something”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대접받기 보다는 대접하는 삶이 멋져 보인다. 존경과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더 나아가 강요하는 듯한 태도는 그나마 있던 존경심과 도우려는 마음마저 없어지게 만든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반말하지 말고, 좌석 비었다고 먼저 앉지 말고, 자네 나이 몇인가? 란 질문하지 말고, “이 나이 되어보면~” 서두 달지 말고… 젊은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하는 노신자의 모습은 보기 좋다.

 

잘 걷다가 어느 날 누워서 며칠 쉬다 떠나고 싶은 욕심이다. 이것 만큼은 모두 동의할 것 같다. 잘 연기하다가 마지막 장면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내 힘 만으로 될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바를 다하면서 꼭 그렇게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하겠다. 오늘도 산길을 걸으며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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