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걸으며 느끼는 것

Chris Jeon 2023. 2. 27. 22:29

 

 

 

걸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한다. 건강하고, 걸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신발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있고,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5대 축복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익숙한 길은 그렇지 않은 길보다 짧게 느껴진다. 가야할 길을 잘 몰라서 주뼛주뼛하며 걸을 때 보다 내가 아는 길은 마음이 편하고 이런 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 내가 어디로 갈지 잘 모르면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나 보다.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 좀 힘들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반환점 전까지는 걸어야 할 길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돌아서 올 때는 걷는 만큼 가야할 길이 줄어들고 또 눈에 익은 길이어서 시간도 훨씬 빨리 가는 것 같다. 인생  중반을 돌아서니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내가 좋아서 걸을 때와 일 때문에 걸을 때의 마음은 천양지차다. 설악산을 주 훈련장으로 근무했던 친구 왈, “제대하고 얼마 안 돼서 친구들과 설악산 등반 갔는데 같은 길을 걸어도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행복이란 환경 탓이 아니고 내 마음이 만드는 모양이다.

 

마음 맞는 지인과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걸으면 힘도 덜 들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나를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곁에 동반자가 내 무게를 덜어주는 모양이다.

 

누군가 묻는다. “지겹지 않으세요? 결국 다시 돌아올 길을 터벅터벅.” 우리가 도착하는 종착지가 어디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지금 아등바등 걸어가지 않는가? 무엇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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