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혼자라도 괜찮고 2

Chris Jeon 2022. 11. 30. 10:44

 

 

카톡이 멈춘 때가 있었다. 나는 그저 대화가 안돼서 불편한 정돈데, 한국 신문을 보니 국가 신경이 마비됐다고 난리다. 택시도 못 잡고, 은행일도 안되고, 식당도 문닫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초 연결 사회속에 살게 된 것이다.

 

 

‘혼자’, ‘함께’라는 전통적인 의미가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에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눈에 아무도 안보이면 ‘혼자’.

 

 

이른 새벽에 “까똑 까똑”해서 눈 비비며 셀폰을 열어보니, 간난 아기가 방글방글 웃고 있다. 최근 손자 본 한국에 사는 친구가 시차 계산 안하고 수다 떨자고 카톡 보내온 것이다. 이런 경우 나는 그 친구와 함께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나 혼자라고 해야 하나?

 

 

요즘 젊은이들 고립된 생활을 한다고 어르신들이 걱정하신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방구석 책상에 앉아 있지만 지구 반대편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얼굴 보며 게임하고 논다.

 

 

관계를 맺는 방법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내가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시간에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혼자이면서 ‘함께’를 즐긴다. 혼자이면서도 외롭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함께’에 따른 괴로움도 줄어든다. 실제 얼굴 맞대지 않고 관계를 맺다 보니 눈치 볼 일 없고, 얼굴 붉힐 일도 줄어들고, 불필요한 감정이입도 적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혼자이면서 함께하고 함께하면서도 혼자인 좀 이해하기 어려운 상항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혼자와 함께하는 상황을 자유자재로 control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럼 세상 좋아지는 것인가 나빠지는 것인가? 양자택일적 질문이 온다면 나는 말한다. 세상 좋아지고 있다고. 선택지가 많으면 나쁠 것 없다. 오손도손 체온을 느끼며 함께하고 싶으면 만나면 되고, 그것이 번거롭다면 ‘까똑’하고 부르면 되고, 이것도 저것도 싫으면 셀폰 끄고 혼자 있으면 되고.

 

 

‘함께라도 좋고 혼자라도 괜찮은’ 세상이 되고 있다.

 

 

2022년 11월 말

블로그에 글 쓰고 있으니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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