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후회와 반성

Chris Jeon 2022. 6. 25. 23:57

 

 

 

왜 그랬을까? 한참 지난 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회할 일이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으므로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살 수는 있어도 평생 후회스러운 일 없이 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한결 같이 최선의 삶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궁극의 최선은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실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멍청했던 적, 더 잘할 수도 있었던 일, 잘못된 선택의 순간, 게을렀던 시절 등등… 나름대로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인정될 만한 이유든 아니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나는 가해자였던 동시에 피해자였다. 그 놈의 이유 때문에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치 있는 후회가 되기 위해서는 반성이 따라야 한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통속적인 말이지만 맞다. 지난 세월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진리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삶은 진행형이다.

 

후회만 하고 있으면 나는 과거의 짐 보따리를 부여안고 길 바닥에 주저 않아 있는 여행객과 같다. 짐 무게를 저주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보따리 보여주며 같이 괴로워하자고 하거나 아니면 그 짐을 떠 맡기고 자신은 또다른 과거의 짐을 가져온다.

 

반성은 들고 있는 보따리를 풀어헤쳐 곰곰이 뜯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불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앞으로 어떤 것이 여행에 필수적인 것인지 깨닫는다. 그래서 버릴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홀가분한 모습으로 다시 길을 떠난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대부분 상대 잘못을 들추는데 열심이다. 살기 품고 달려드는 인파이터 복서 같다. 개라면 좀 심한 표현이고.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마찬가지다.” 공격에 집중하다 보면 방어에 허점을 보여 카운터 펀치를 맞는다. 너 죽고 나 죽는 결과가 우려된다.

 

반대로 엄청 후회할 일이 많을 것 같은 사람이 의외로 모든 것을 내려 놓은 도인 같은 편안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본인은 편안하겠지만,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서 피해를 본 사람은 속 터질 일이다. 나 역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지만 내가 저지른 것과 같은 잘못은 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이 성숙된 사고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로 위의 2가지 예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까?

 

반성해야 하는 줄 알지만 반성 안 하는 사람인 경우.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반성안하는 이유가 있다. 잘못 이해된 자존심과 이기심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못인 줄은 알지만 같은 잘못을 계속하고 상대의 잘못을 들춰 대신 보상받으려는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아예 반성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현자를 만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런 행운을 못 만나면 어쩔 수 없다. 내가 현자가 아닌 이상 이런 사람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한사람만이 피해자로 사는 것이 세상에 이롭다.

 

파도에 흔들리는 배가 어찌 한방향으로만 갈 수 있겠는가? 배의 방향을 잡는 조타수가 24시간 눈 뜨고 조타기를 움직여야 배는 바른 방향으로 나간다. 후회와 반성이 조타기를 움직이는 힘이다. 조타기가 작동하지 않는 배는 스스로 좌초하거나 다른 배를 들이받아 자신도 상하고 남도 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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