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리더 2: 가면

Chris Jeon 2021. 11. 7. 12:46

 

 

 신체 조직 중 가장 강한 곳은? 남자의 얼굴, 철면피다. 그것 보다 더 강한 것이 있다. 뭔가? 여자의 얼굴. 철면피를 뚫고 나오는 수염조차 못 뚫으니까. 아제 개그다.

 

 두껍고 얇음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 가면을 쓰고 진행하는 파티에 참석해본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파티 내내 마음이 아주 편했다고 한다. 평소와 같이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서 자연스런 행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양심이 보드라운 사람이 부끄러운 일을 하다가 들키면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한다. 반면에 잘못을 저지르고도 얼굴 들고 다니는 사람보면 “뻔뻔하다” 라고 한다. 얼굴은 남에게 드러내어진 일종의 자신의 ID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소시오패스(sociopath)의 차이를 쉽게 설명한 글을 봤다. 사이코패스는 본인이 악마인 줄 모르는 악마, 소시오패스는 본인이 악마인 줄 아는 악마. 둘 다 무섭고 피해야할 유형이지만, 굳이 더 고약한 것을 고른다면 소시오패스다.  본인이 악마인 줄 모르고 설쳐 대면 표가 난다. 그래서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악마인 줄 아는 사람은 본인이 필요할 때만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평소에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어 구분이 어렵다.

 

 작정하고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 문제다. 그것도 기술이 발전하여 무협지에서 종종 등장하는 ‘인피면구’와 같이 실제 낮가죽과 구분이 안되는 정교한 가면을 필요에 의해서 쓰고 다니는 자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리더라고 자처하는 분들이 모두 민낮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그렇지만 부끄러운 짓을 하고 나서는 최소한 얼굴을 숙일 수 있는 사람을 유권자는 원한다.  그렇다면 작정하고 가면을 착용하고 등장한 리더 후보자를 구분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언행(言行)이다. 아무리 정교한 가면을 쓰고 있어도 목소리와 행동만큼은 속일 수 없다. 말에는 생각이 묻어나고, 행동은 내 생각에 의해서 움직인다. 리더를 자처하는 분들의 평소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포장된 언행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시종여일 한지를 곰곰이 지켜봐야 할 것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소수의 리더가 이끌고 다수의 군중이 따르는 현실을 생각하면 올바른 리더를 선출하는 것이 곧 나의 행복과 자손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니 소홀히 할 수 없다.

 

 대선 후보의 이름 석자를 보고, 뉴스 화면에 나타나는 웃는 얼굴을 보고, 그들의 공약(公約)을 읽고 사자후를 듣는다. 구별하기 충분치 않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가면의 존재를 모르고 볼 때와 가면을 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볼 때와는 나의 집중도와 보는 각도가 달라진다.

 

 뇌파를 읽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기계가 미래에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때까지는 유권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하기야 ‘내맘 니맘’ 모르고 사는 세상이 덜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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