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 보이는 사자성어 한번 써보자.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 송곳.
즉,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한창 때 누군가가 나를 보고 “날이 시퍼렇다” 라고 말한 것이 기억된다.
샤프(Sharp)란 단어의 뜻에는 차갑고 날카롭다는 것 외에도 예리한 판단력을 가졌다는 의미가 있는 줄 알
았으니 아전인수격 해석이지만, 그 당시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았다.
나 보고 송곳보다 날카로운 칼로 비유하니 더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낭중지검(囊中之劍), 주머니속 검이다.
날이 무딘 칼은 무난하게 사용된다. 다루는 솜씨가 별로인 사람도 크게 부담감 없이 사용한다. 아예 날이 없
이 모양만 갖춘 장난감 칼은 아이들도 갖고 논다.
날이 시퍼런 횟집 칼은 보기에도 무섭다. 다룰 수 있는 사람만 잡는다. 잘못하다 가는 크게 다친다. 칼집속
에 잘 넣어 두고 꼭 필요한 사람이 필요할 때만 뽑아서 쓴다.
이제 시니어라 불리는 나이가 되고 보니, 낭중지검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날이 시퍼레서 누
굴 벨 것이며, 누구나 무서워서 쉽게 가까이 올 수도 없을 것 같다.
이제 더 날카로워 지기 보다는 무뎌 지는 쪽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사는 것. 어
느새 치열한 싸움은 거의 끝난 시점이 아닌가?
나는 이제 낭중지석(囊中之石), 주머니속 돌이다.
2021년 어느날
내가 쓴 글을 읽어보니 조금 각이지고 뾰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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