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6

얼룩말이 불러온 현충일 단상

얼굴말의 얼룩무늬는 왜 생겼을까? 몇몇 진화론적 가설 중 하나는, 얼굴말을 노리는 포식자를 헷갈리게 만들 목적이라고 한다.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할 때 한 녀석을 콕 찍어서 추격해야 하는데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모여 달리면 그 얼룩 무늬 때문에 헷갈려서 특정했던 녀석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모여서 살아가도록 진화된 것이다. 얼룩말이 무리 지어 달아날 때 중심에 서는 말과 그 외곽에 서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리 외부에 있는 말들이 포식자에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내부에 서는 말과 그들을 둘러싸고 무리 밖에서 달리는 말은 어떻게 결정될까? 직접 얼룩말에게 물어 볼 수는 없으므로 인간의 관점에서 상상해 본다. 가능성 중 하나는, 힘이 센 녀석들이 비교적 안전한 가..

시사 2023.05.29

내가 먼저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아직도 기억하는 “국민 교육헌장’ 제일 앞 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뜻은 장하지만 좀 아닌 것 같다. 인간 탄생 의미를 너무 협소한 곳에 자기 맘대로 우겨 넣었다. 자식을 위해 산다고 한다. 내 희생을 바탕으로 자식이 성공할 수도 있겠지. ‘사’자 돌림 직업 갖고. 부부간 애정 깊고, 자식 공부 잘 시키고… 더불어 나도 행복하게 산다면 천운 받은 자니 좋다고 치고, 만약 아니라면? 내가 무슨 자식 번성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내 생각은,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현실적인 버전이 나온다. 사랑을 받아본 자가 남을 사랑할 수 있다. ☞ 고상한 버전. 구조 ..

단상/일상 2023.05.23

약속글 6 : 당해봐야

동네 공원에 산책 갔다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노인 한 분의 신발 끈이 풀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마음속으로 잘 안되는 영어로 작문해서 “신발 끈이 풀어졌네요.” 라고 알려 드렸다. 그러자 그분이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저 앞쪽 벤치에 가서 매려고 해요, 고맙소.” 자기도 신발 끈 풀어진 줄 알지만 평지에서 허리 구부리지 못해서 저 앞에 있는 벤치에 발 올려 놓고 매겠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짠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허리에 살이 좀 붙은 것 같아서 일주일 전부터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부터 엉덩이 위쪽 허리 부분이 뻐근해서 몸을 앞으로 굽히기 불편하다. 외출하려고 양말 신을 때 2층으로 올라가는..

단상/일상 2023.05.12

2023.05.06 생각이 많았던 하루

날씨가 확 좋아졌다. 날씨가 계속 좋으면 사막 된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고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기분이 따라 좋아지는 것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그저 그렇다. 이젠 강퍅한 글 쓰기 싫어 진다. 그냥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 쓰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다. # 오늘 오전 도심 Mall 앞을 걸어가는데, 한인들 30명 정도 모여 있고,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신나는 군가 들리길래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윤석열 퇴진' 시위 중. 주최측은 고국 정부로 부터 지원 받는 조직이다. 플래카드 몇개 걸렸는데 모두 한글. 모인 사람들은 그냥 화난 표정으로 서있고, 조금 있다가 어디선가 한 사람이 배낭에 태극기 꽂고 나타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시위대와 그 태극기 꽂고 나타난 사람이 육두문자 교환..

단상/일상 2023.05.07

Funkytown이 되살린 추억

신임 소위는 영외 거주가 안된다. 그냥 부대 안에 있는 독신 장교 숙소(BOQ)에서 해 주는 밥 먹고 눈치 봐서 가까운 마을에 잠시 외출하는 정도. 그러니 남아도는 정열을 내 보낼 길이 없다. 마을에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꼭 사 갖고 오는 소주를 쟁여 놓는다. 훈련 없는 주말 오후 심심하니 옆방 동기와 과자 부스러기 놓고 술판 벌린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다. 물 마시듯 마시다가 지금 보면 구닥다리 카세트에 테이프 넣고 음악 튼다. 신나게 나오는 음악, Funkytown. 거나하게 취한 두 젊은이가 일인용 침대위에 올라가서 펄쩍펄쩍 뛰며 춤춘다. 춤이라기 보다 몸부림. 접신의 경지. 당직 서던 동기가 큰 소음에 놀라 문 열고 들어와서 눈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둘 다 미친 줄 알았다고. ..

단상/일상 2023.05.02

낙서 35: 아침 낙서

세금이 줄줄 샌다. 내가 사는 도시 지하철 공기가 왕창 늦어져서 당초 공사비 55억 달러 책정되었는데 지금은 약 135억 달러가 예상된다. 눈 감고 계획한 것이 아니라면, 불가피한 요소 감안하더라도 공사 진행 과정에서 생긴 문제의 탓이 많을 것 같다. ‘**평화통일자문**”라는 조직이 이곳에도 있다. 어제 온 카톡 보니까 고국의 현직 대통령 퇴진 위한 집회 한다는 홍보다. 해외에서 퇴진 시위하는 것이 평화 통일 이라는 벅찬 주제에 대한 대통령을 위한 자문에 어떤 도움이 될런지 잘 모르겠다. 세금 줄줄 새는 것 보면 평정심이 조금 흔들린다. 비록 내가 내는 세금은 미미하지만, 이러한 누수로 인해서 꼭 돈 들어가야 할 곳에 돈이 안 흐르니 결국 내가 그 피해를 본다. 어제도 밤 운전하면서 도로에 그인 줄이 ..

단상/낙서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