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뿌리

Chris Jeon 2025. 12. 19. 20:18

 

 

나무를 옮겨 심을 때 원래 있었던 자리의 흙으로 뿌리를 감싸서 심는다.

그래야 그 나무가 새로운 토양에 적응할 시간을 번다.

애써서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때론 원래 있었던 곳에서 보다 더 왕성하게 자라기도 한다.

새로운 땅에 터 잡고 살아남은 나무의 뿌리는 그 옛날 자기가 살았던 곳의 흙내음을 기억하고 있을까?

 

산행 갔다가 정상 부근에서 반려견과 같이 온 젊은 외국인 부부를 만났다.

얼핏 보니 동양 견종인 것 같아서 물어보니 아키타종인데 수년 전 한국에서 입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반가워서 “come on”하고 부르니 친근하게 다가온다.

쓰다듬어주며 혹시나 해서 “손’ 하고 명령하니 앞발 하나를 척 내민다.

“아~ 이 녀석이 아직 한국말을 기억하고 있구나”

신기하고 기특해서 “착하지” “잘 했어” 반려견에게 통상 말하듯 해보니 녀석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와서 몸을 비비며 좋아한다.

 

순간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이 모습을 본 외국인 부부의 좀 놀랐다는 표정 속에 ‘안타깝다’라는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읽는다.

그 녀석이나 나나 새 땅에 뿌리 박고 살아온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개와 인간 사이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 너를 놓아 주어야 할 때.

주인 부부도 보아하니 반려견을 많이 사랑하는 듯하여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Bye, Have a good day.”

그 녀석도 꼬리를 격하게 흔들며 인사 한다.

 

너는 영어도 잘 알아듣고 한국말도 기억하고 있구나.

Bilingual!(이중 언어 구사)

나 보다 낫다. ^^

행복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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