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소박한 꿈

Chris Jeon 2025. 10. 25. 19:53

가을은 짧다. 그래서 비와도 즐겨야 한다.

 

문득 문득 마음속으로 참 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른다.

뭐 별다른 것은 아니고 그저 그 생각만 하면 입가에 웃음 꽃이 피어나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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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입구의 풍경이 기억난다. 오른편으로 휘는 좁은 비포장 길에 돌다리가 있고 그걸 건너면 콘도로 갈 수 있었다. 신혼 여행은 모두 제주도로 가던 시절이었는데 유별난 나는 전라도 배낭 여행을 고집했다.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그 다리를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식당. 따뜻한 온돌 좌식이면 더 좋겠다. 힘센 분 모시고 화엄사에서 수행하시는 스님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따뜻한 순대 국밥에 막걸리 한잔 걸치며 다리에 쌓이는 눈 경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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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어느 섬. 저녁에 불그스름한 외등 하나 켜진 방파제. 야외용 의자에 앉아 장대 낚시 대 하나 놓는다. 캐비나이트 푸르스름한 불빛과 밤 하늘 별빛을 공짜로 감상하면서 소주 한잔에 오징어포 하나면 분위기가 더 살겠지.

 

고기가 물면 곧 놓아 주리라. 그래서 미늘 없앤 낚시 바늘을 맬 작정이다. 그러나 놓아줄 고기 잡는 잔인한 취미까지 완전히 버린 인격은 아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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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걷기도 버거워 지는 나이가 되면 춤을 춰야겠다. 보는 이 없어도 좋다. 격하지 않은 왈츠나 블루스, 조금 흥이 나면 탱고. 분위기 있는 음악에 몸 맡겨 몇 곡 추고 나면 입가에 웃음이 번지겠지.

 

좀 유치한 버켓리스트 같기도 하다. 하기야 내 좋아하는 것 하는데 무슨 남의 눈치 볼 것 있나?

이러한 꿈이 점점 자주 내 머리속에 떠 오르는 것을 보니 언젠가는 저질러야겠지. 뭐 안될 것도 없잖아? 제사상에 고기와 술이 올라와도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하고 죽어야 귀신도 회한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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